[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드래곤플라이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추진 중인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시장에선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자회사 디에프랩이 적자 늪에 빠지면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디에프랩의 인력이 출범 당시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드래곤플라이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 개발을 이어가기 위해 내년 외부 투자 유치 및 의료 기관과의 공동연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래곤플라이의 개발 자회사 디에프랩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400만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빠졌다. 자본잠식이란 지속되는 손실 등으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현재 디에프랩의 자본잠식률은 101.0%다.
디에프랩의 완전자본잠식은 예견됐던 일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자본금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면서다. 디에프랩의 주 수입원이 가상현실(VR) 게임인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디에프랩은 2020년 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자본금이 5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디에프랩이 자본금 대부분을 까먹은 셈이다.
문제는 디에프랩이 드래곤플라이의 신사업인 디지털 치료제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치료제란 애플리케이션(앱) 등 소프트웨어 형태의 의료·진단기기를 말한다. 드래곤플라이는 디에프랩의 VR 게임 개발 역량과 자사의 개발 및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드래곤플라이가 설계한 게임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와 운영 플랫폼을 디에프랩이 개발하고 드래곤플라이가 해당 앱들에 대한 품질 서비스 관리를 맡는 식이다.
드래곤플라이에 따르면 디에프랩은 만 7~12세를 대상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 가디언즈DTx(가칭) 개발을 완료했고 아동 청소년 및 학부모와 의료진 간의 원격 진료 상담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본잠식 상태인 디에프랩의 상황을 고려할 때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물론 상용화 이후 품질 관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개발 인력 현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초 드래곤플라이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디에프랩) 인력을 2022년 3명에서 2024년 12명까지 확대하고 설계·운영·품질관리·인허가 등 사업(드래곤플라이) 인력을 같은 기간 3명에서 6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디지털 치료제 개발 인력은 3명, 사업 인력은 5명으로 집계된다. 당초 목표로 한 개발 인력의 절반 규모에 그친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디에프랩의 임직원 수는 2022년 말 24명에서 2023년 말 31명으로 증가했지만 올해 3분기 1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디에프랩이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모회사인 드래곤플라이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드래곤플라이 역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드래곤플라이의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21년 마이너스(-) 27억원에서 2022년 -80억원으로 악화된 이후 2023년 -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 기준 EBITDA는 -9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가디언스DTx의 경우 현재 1단께로 진행될 탐색 임상은 마무리 단계에 있고 내년 본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임상자금 등 연동되는 비용은 정부 부처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 절차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제휴를 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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