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SK그룹이 내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SK네트웍스가 인공지능(AI) 중심 투자회사로의 사업체질 전환을 추진하면서 미래 전략과 투자사업을 전담하는 최 사장 입지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SK그룹 오너 3세인 최 사장은 SK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호정 사장과 동등한 직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이 SK네트웍스 사장단 인사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대표이사 영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 12월 초 SK그룹 사장단 인사…AI사업 강화 무게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예년처럼 12월 첫째 주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지분구조상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배를 받고 있음에도 사실상 독립적인 경영을 행사 중이다. SK㈜의 이 회사 지분율은 약 44%로 절대적이지만,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라는 비전에 따라 각 계열사의 자율적 경영 판단을 존중하고 있어서다.
SK그룹은 매년 말 실시되는 정기 임원인사에 대해서도 계열사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 다만 사장급 인사는 그룹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SK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SK그룹 사장단 인사가 SK네트웍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SK네트웍스의 핵심 경영진이 이번 인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지다. SK그룹 차원에서 AI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SK네트웍스의 위상과 사업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개최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로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CEO 세미나는 연말 인사 방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또 SK그룹 주요 사장단과 사외이사진은 이달 열린 그룹사 전략회의인 'SK 디렉터스 서밋'에서 AI를 비롯해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등 핵심사업을 점검했다.
◆ 전문경영인 체제…AI 역량 강화로 '오너 3세' 최 사장 부각
SK네트웍스는 현재 이 대표와 최 사장이 경영 전면에 서 있다. 이 대표는 1966년생으로 SK핀크스 대표와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 등을 거쳐 SK㈜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장해 온 전략가로 평가 받는다. 이 대표는 2021년 SK네트웍스로 복귀한 이후 경영지원본부장과 신성장추진본부장을 겸직했다. 특히 2022년 말 단행된 인사에서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에 올랐다.
SK그룹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경영수업을 시작한 최신원 전(前) SK네트웍스 회장 장남인 최 사장은 1981년생으로 중국 푸단대 중어학과와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한 그는 2021년 SK네트웍스가 신설한 사업총괄에 선임됐다. 사업총괄 산하에는 신성장추진본부를 뒀는데, 사실상 최 사장이 투자와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최 사장은 이 대표와 같은 시점에 사장을 달았는데, SK그룹에 합류한 지 13년 만이었다.
이 대표가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면 최 사장은 SK네트웍스가 추진하는 AI 관련 사업을 총괄 중이다. SK네트웍스가 AI 회사로의 정체성 전환을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로, 최 사장이 기획실장을 역임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던 때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올해 들어서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 관련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어서다. SK네트웍스는 올해 8월 SK렌터카를 매각한 데 이어 9월 스피드메이트 사업부를 분사시켰다. 트레이딩(무역) 부문은 내달 1일자로 독립한다. 이에 SK네트웍스 본체 사업으로는 모바일 기계 유통업의 정보통신 부문과 호텔업의 워커힐만 남게 된다.
최 사장은 AI 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현장경영을 펼쳤다. 최 사장은 올 1월 생성형 AI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에 25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 '큰손'으로 꼽히는 비벡 라나디베 보우캐피탈 회장과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위한 공동 펀드를 결성했다. 4월에는 실리콘밸리 내 AI 기술 개발 조직인 '피닉스 랩'을 출범시켰고,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 선웨이그룹과 AI 등 사업 전반에서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SK네트웍스가 2020년부터 올 3분기까지 진행한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지분 취득과 펀드 출자를 모두 포함해 약 2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 최신원 전 회장, CEO와 각자 대표 체제…최 사장 영향력 강화 전망
SK네트웍스가 SK그룹에서 가장 활발하게 AI 사업을 전개 중이라는 점에서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최 사장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너가 일원이라는 특수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기보다는, 기존 이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그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SK네트웍스가 오너일가와 최고경영자(CEO) 2인 체제를 구축해 왔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이는 배경이다.
실제로 최 회장 사촌 형인 최 전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SK네트웍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는데, 박상규 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그렸다.
이보다 앞선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동시에 실질적 대표인 CEO와 호흡을 맞췄다.
한편 최 사장은 현재 SK네트웍스 주식 70만주(지분율 0.32%)를 보유 중이다. 올 초만 해도 최 사장의 이 회사 지분율은 3.17%였으나, 4월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로 678만여주를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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