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부동산 공화국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 너무 높아···다른 투자부문에도 관심을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연설 생중계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세계의 이목을 끈 미국 대선이 이달 초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 한 명이 세계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미 대선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그가 추구하는 미국 중심주의에 맞게 모든 경제가 재편되는 흐름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몇 주간 증시와 환율이 출렁이고 트럼프의 입에서 조금만 언급이 나와도 그 섹터는 관련주로 묶여 버린다.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은 싫어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조금이라도 대비하기 위해 트럼프의 공약집을 찾아보게 된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해 말 대선에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아젠다47 이라는 공약집을 발표했다. 47가지의 핵심 공약을 제시한 보고서다.


언뜻 봐도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들이 낸 공약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거나 미국 중심적인 경제정책이 가득하다. 눈에 띄는 점은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임에도 아젠다47에는 부동산 관련 공약이 없다.


가장 부동산과 밀접한 공약인 19번째 항목을 보면 '미국의 생활수준을 혁신하기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것'이란 주제 아래 연방정부가 빈 땅을 개발하다겠다는 내용이 한 단락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의 공약집이었다면 부동산 관련 내용이 빼곡했을 터다. 부동산의 취득세부터 양도세 심지어 증여·상속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복잡한 세금에 관한 내용이 모두 들어차 있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나라의 선거전을 돌아보면 대선·총선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이슈가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를 치르면서 부동산 이슈가 없는 후보가 없었다. 후보자 간 토론회에서도 부동산 이슈에 잘못 엮이면 순식간에 지지율이 박살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거나 신규 지하철 개통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그 선거는 매우 불리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거전에선 부동산에 관해 뭐든 공수표를 남발하기도 했다.


웃긴 점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측근의 부동산 투기가 있나 없나 계속 감시가 이어진다.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 이슈는 꾸준히 따라온다. 사돈에 팔촌까지 어떤 땅을 샀는지 집을 샀는지 샅샅이 뒤지고 걸리면 바로 투기꾼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할 만큼 부동산엔 매우 민감할 정도의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선거판에서 부동산에 관한 온도차가 큰 이유는 사람들의 가계 자산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등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육박한다. 전체 자산의 대부분인 부동산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3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70%는 유동화가 가능한 금융투자상품으로 가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다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인식이나 애착에 대해 누가 맞고 틀린 문제는 아니다. 인구는 많고 국토는 좁은 우리나라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오랜 기간 자산의 증식 수단으로 주택이 큰 역할을 했기에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제 지나친 부동산 집착은 좀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 10년 간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면서 부동산이 빗나가지 않는 복권이라는 인식은 옅어졌다. 최근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안전마진이 나오지도 않을 만큼 분양가도 올라버렸다. 미래세대와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부동산보다 좀 더 생산성 있는 부문에 두루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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