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이어 유상증자 주관 업무를 맡았던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꽃놀이패인줄만 알았던 주관 업무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당국의 경고에 한발 물러나기로 한 셈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기습적인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부정거래의 소지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유증 계획 철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고려아연의 유증철회가 발표된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과 관계없이 진행 중인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이 원장은 "(유증) 철회 결정이 (금감원의) 조사 지속 여부와 조사 강도 등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강조하며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불공정거래 가능성은 이미 조사 사건이 된 만큼, 정해진 단계별 절차를 거쳐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와 유상증자를 맡았던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해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이달 4일 KB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였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모집주선회사 역할을 맡았다. 유증 과정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모집주선인을, KB증권이 공동모집주선 역할을 맡았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담당했던 만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당시부터 유상증자 계획 등을 미리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수행한 사람이 같고, 이 사무 취급을 위해서는 실사를 해야 하는데 같은 시기에 진행됐다면 독립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미래에셋증권도 부정거래를 알고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특히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이어 일주일 뒤인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고려아연 측이 영풍·MBK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고, 이를 다시 주주들의 돈으로 갚는 계획을 세웠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맡았던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다보니 서로 오고갔던 내용, 검토했던 내용 등을 (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개 증권사(미래에셋, KB증권)가 공개매수 업무와 유상증자 업무를 같이 맡아 수행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떻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아주 정밀하고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어떤 특정한 혐의나 위법사항 등은 확정되기 전까진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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