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PE, 롯데글로벌로지스 엑시트 가능할까
에이치감마1·2로 3000억 투자…공모물량 절반 구주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5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이동훈 부장)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이하 에이치PE)가 롯데그룹의 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기업의 상장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회사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향후 엑시트 성적표에 따라 에이치PE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 4월까지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에이치PE의 구주가 공모 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예정이라는 점 때문에 기업공개(IPO) 흥행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다소 비관적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에이치PE의 엑시트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치PE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투입한 금액은 약 3000억원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를 위해 2017년 3월 프로젝트펀드인 '에이치감마1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PEF)'와 '에이치감마2 PEF'를 결성해 재원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에이치PE의 AUM은 702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에이치베타 PEF(456억) ▲에이치감마1 PEF(1357억원) ▲에이치감마2 PEF(1578억원) ▲에이치델타 PEF(530억원) ▲에이치아이오타 PEF(403억원) ▲에이치엡실론 PEF(482억원) ▲디지털뉴딜카파 PEF(202억원) ▲에이치제1호 PEF(2012억원) 등이다. 즉 회사는 총 AUM의 41.81%를 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에 쓴 셈이다.


현재 회사는 에이치감마1 PEF와 에이치감마2 PEF의 만기일을 1년씩 미룬 상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엑시트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치PE 관계자는 "두 펀드 모두 청산일자를 연장했다"면서 "존속기간은 내년까지로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엑시트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 흥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공모 물량의 절반을 에이치PE의 구주로 메울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예정 주식수는 4164만주, 공모 예정 주식수는 1494만주다. 


전체 공모주 중 구주매출의 비중이 높으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는 낮을 수밖에 없다.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하면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후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이슈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목표 기업가치가 업계의 예상치보다 높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조원대의 기업가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 바라보는 현실적인 몸값은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에이치PE로부터 투자 받을 당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는 약 94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앞서 지나치게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수요예측 실패로 이어져 상장을 접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M상선은 신주발행 50%, 구주매출 50%의 공모구조로 IPO에 도전했으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내면서 2021년 11월 IPO 계획을 접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신주모집 25%, 구주매출 75%로 IPO를 추진했으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2022년 1월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에이치PE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 실패에 대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은 엑시트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에이치PE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1년 4월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롯데지주를 대상으로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기한은 내년 4월로 늦춰졌다. 


또한 에이치PE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 후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에 못미치면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행사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롯데지주 입장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에이치PE에 돌려주는 금액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3분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681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99억원) 대비 45% 늘어난 722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43억원) 대비 144% 증가한 34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 신규 수주 확대, 주요 고객사 물량 증가 등으로 수익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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