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반도체 클린룸에 방점을 찍었던 신성이엔지가 바이오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 해외 진출도 적극 타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들의 반도체 인프라 투자가 연기되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신성이엔지는 클린룸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영역에서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지난 2분기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신성이엔지가 3분기에도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8% 늘어난 1422억원을 기록했으나 적자 확대로 인해 빛이 바랬다.
외형 성장에도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주요 고객사들이 추가 계약을 늦추거나 취소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원가(매출원가+판매관리비) 부담이 가중된 것도 한몫 거들었다. 실제 신성이엔지의 원가는 올 3분기 1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1327억원에 비해 10.1%나 증가했다. 이에 따른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이 기간 102.5%에서 102.8%로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반도체 시장의 회복과 큰 폭의 성장을 점치는 목소리가 컸지 대다수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투자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신성이엔지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에 집중했던 사업 영역을 바이오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장하는 피봇(Pivot, 사업 전환)에 공 들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자사 홈페이지도 개편했다. 당초 신성이엔지는 클린룸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던 회사라 단순 소개하는 형태로 방치해 뒀으나 최근 반도체, 바이오, 데이터센터 등으로 세분화 했다.
이와 관련해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경우 내년 6~7월은 돼야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 특성상 교섭력이 낮고 수주민감도 역시 높은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클린룸의 경우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업 확장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바이오 쪽도 클린룸이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이엔지가 바이오 클린룸 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동형 음압병동, 백신 생산시설 등 일반적인 바이오 클린룸보다 청정도가 높은 공간을 시공한 노하우가 있어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했던 2021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99억원 규모의 바이오 클린룸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성과 덕에 신성이엔지는 현재 국내 주요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향 수주를 앞둔 상태다. 이외 데이터센터 클린룸의 경우 '항온항습기'와 같은 자사의 에너지 절감형 공조기를 이용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성이엔지 측의 설명이다.
한편 신성이엔지는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다. 단발성 수익에 그치지 않고, 장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클린룸 장비 판매가 아닌 설치 사업을 논의 중이다. 수주가 성사되면 신성이엔지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 이어 두 번째 해외 클린룸 설치 사업 파트너가 된다.
마이크론의 퀄 테스트는 이미 통과했고, 벤더(공급업체) 리스트에도 들어갔다. 다만 계약 소식은 '아직'이다. 이에 대해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서류상 요건은 모두 충족해 언제든 수주 계약을 구체적으로 체결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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