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부활
삼성, 계열사별 우려와 기대감 공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개정 여부 촉각, 中 규제로 반사이익 기대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6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미국 대선 결과 관련 보도와 함께 미국 국채 금리가 나타나고 있다. (출처=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으면서 삼성그룹 역시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조선, IT 등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반도체, 모바일, TV), 삼성SDI(2차전지),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 삼성중공업(조선) 등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이 계열사마다 각각 다르다. 이중 삼성이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곳은 그룹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분야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번 트럼프 당선으로 반도체 산업의 이익과 악재가 공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 개정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보조금 삭감 여부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을 통해 각각 64억달러(9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달러(23조6000억)를 투자해 4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당초 올해 7월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이 위축되고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를 2026년으로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거 유세 중 반도체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시사해 테일러 공장 완공에도 차질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는 칩스법에 대해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며 "한국·대만 기업이 아무 대가 없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게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무료로 건립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이 전면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높은 관세까지 부과되면 미국 팹(공장) 설비투자에 대해 전면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보조금을 받으면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달러에서 400억달러(약 55조원)로 증액할 계획이었으나 반대의 경우 투자 규모도 줄일 전망이다.


삼정KPMG도 트럼프 당선인이 칩스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며 '일부 수정' 또는 '축소' 가능성이 있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대해서도 관세나 통제가 이뤄질 수 있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칩스법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준비된 점과 중국 봉쇄가 목적이라 칩스법을 폐기하거나 보조금을 크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아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로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미중 갈등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유연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동시에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키워 대중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관세를 올리면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이용하는 미국의 빅테크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올라가게된다"며 "트럼프 입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반도체를 무작정 막을 수 없고 자국의 기업들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강한 압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차전지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SDI의 경우 직격탄이 우려된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만큼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이 사라질 경우 한국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내년부터 AMPC 규모가 본격 확대되는 상황이었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혜택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판매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사용촉진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중국 바이오 기업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가 타격을 받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외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강력한 규제 완화 정책으로 M&A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재개될 가능성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율을 21%로 낮춰 기업 실적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일회성의 해외 보유현금 미국 반입에 대한 낮은 세율 적용으로 기업들이 M&A 실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대형 M&A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이 있다는 점은 호재다. 이 회장은 2016년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주최한 기업 대표 간담회에 유일하게 초청된 해외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불참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가 완화된 만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면 국내 기업에는 여유가 있을 수도 있다"며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보면 미국에 투자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 반도체만 놓고 보면 크게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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