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모펀드를 향한 따가운 눈총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속 오해와 편견…사모펀드 순기능도 알아봐야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8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쳐=픽사베이)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예전에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열심히 설명해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근데 요즘은 조금 편해졌어요. 그냥 MBK랑 비슷한 일 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거리거든요. 그 뒤에 따라오는 시선이 곱지는 않지만요"


20년 이상 업계에 몸을 담아온 모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의 말이다. 그는 요즘만큼 사모펀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 관심과 시선은 여전히 냉소적이지만.


올해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꼽자면 단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다. 이는 지난 9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공개매수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사수를 위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며 연일 경제면을 달궜다.


경영권 분쟁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장외 다툼이었다.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은 각각 인수와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명분을 선점하기 위해 장외에서도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도 최고조에 달했다.


장외 다툼의 우위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으로 기운 듯하다. MBK파트너스는 '중국계 자본'이라는 프레임에 애를 먹는 기색이다. 최근에는 국정감사에도 도마에 오르며 정치권에서도 기술유출, 중국매각 등으로 MBK 측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방에 가까운 공격이 사실과 관계없이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사냥꾼'이라는 인식을 부풀리며 사모펀드를 마치 건실한 국내 기업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악'으로 치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지난 2004년 국내에 태동한 이후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유동성이 메말라 곤경에 처한 기업에는 자금을 공급하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의 사모펀드의 손을 거쳐 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들이 자신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피투자기업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승계 문제, CEO리스크,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사모펀드를 직접 두드리고 있다.


물론 사모펀드가 이익을 쫓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잔인한 칼을 휘두른 것도 사실이다. 기업 외형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 같은 행위 역시도 근본적으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자본시장에 선과 악은 없다.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익을 쫓을 뿐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요즘 이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함께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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