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NH투자증권·KB증권이 무난하게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증권사 IPO 리그테이블의 판도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케이뱅크의 상장이 철회·연기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던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상장을 공식 철회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공모구조를 변경해 기존 상장예비심사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2월 안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케이뱅크 상장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올해 증권사 IPO 리그테이블 순위 경쟁도 혼돈에 빠졌다. 기존에는 케이뱅크 IPO를 공동 주관하고 있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약 2600억원의 주관 실적을 나눠가지며 올해 리그테이블 1위와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케이뱅크 상장이 무산되면서 주요 증권사 간 실적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에 연말까지 상장 예정인 IPO 기업들의 최종 상장 여부가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이 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재 해당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을 누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매체 딜사이트의 '2024년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7위에 그쳤으나, 3분기 산일전기와 전진로봇건설 등 꾸준하게 중형 딜을 성공시키며 3분기부터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산일전기의 경우 주관금액으로 약 50억원을 수령해, 질적으로도 좋은 딜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IPO 주관 순위는 미래에셋증권(5428억원), 한국투자증권(4062억원), NH투자증권(3760억원) 순이다. 올해 HD현대마린·시프트업 등 두 건의 '빅 딜'에 참여한 JP모건(3429억원)이 4위, 그 뒤를 KB증권(3358억원)이 잇고 있다. 다만 1위부터 5위까지의 격차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남은 IPO딜에 따라 순위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KB증권은 2022년 IPO 리그테이블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5위로 하락한 만큼, 올해 1위 탈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 중인 엠엔씨솔루션이 예심을 통과하면, 빠른 진행으로 올해 안에 상장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예심 과정이 필요없는 발해인프라까지 상장에 성공하면, 최대 4000억원의 실적을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연말까지 8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할 것이 예상돼 1위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상장예심을 통과한 에스캠, 동방메디컬, 온코테라퓨틱스, 동국생명과학, 사이냅소프트 등과 더불어, 예심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원일티엠아이, 듀켐바이오 등이 올해 내 상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하반기 핵심 실적이 될 더본코리아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흑백요리사'의 영향으로 최근 진행 중인 IPO 로드쇼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관 수요예측 등 남은 상장절차를 무난히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본코리아가 상장에 성공하면 NH투자증권은 345억원의 IPO 실적을 추가하게 된다.
반면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심을 통과한 서울보증보험과 씨케이솔루션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올해 IPO 리그테이블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기업들의 철회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상장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하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연초와 달리 IPO 기업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는 만큼, 리그테이블 순위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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