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 톺아보기'아픈 손가락' 전락한 자회사들
[딜사이트 최령 기자] 경동제약이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했던 자회사들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뚜렷한 경쟁력 부재로 장기간 경영실적 난조에 허덕이고 있어서다. 이에 경동제약은 과도한 출자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회사 대부분이 오너 2세인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가 수장을 겸직하고 있어 향후 획기적인 반등 전략이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동제약은 올해 상반기 기준 화장품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미국법인 RYU IL INTERNATIONAL(류일인터내셔널)과 마스크 도·소매업을 하는 경동인터내셔널, 무역업을 영위하는 케이디파마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들은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며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류 대표가 2009년부터 수장을 맡고 있는 류일인터내셔널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10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점차 쪼그라들면서 지난해 8025만원의 매출에 그쳤다. 올 상반기에는 2789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더 악화됐다.
급격한 매출 감소는 수익성에도 직격탄이 됐다. 이 회사의 최근 3년의 순손익을 보면 2021년과 2022년 연속 손실을 내며 1억1145만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2억779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반등을 꾀했지만 올 상반기 415만원의 순이익에 좀처럼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모회사인 경동제약은 작년 2월 류일인터내셔널에 50만달러(한화 약 6억8915만원)를 출자하며 부담을 떠안았다.
또 다른 자회사인 경동인터내셔널의 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 역시 수년간 적자로 손실이 누적되며 2017년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 이에 경동제약은 2018년 경동인터내셔널의 재무개선을 위해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통상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자본잉여금이 더 많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동제약이 유상증자에 출자한 금액은 77억원에 달했다.
경동제약의 자금 수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동제약은 2020년과 2021년 또 다시 경동인터내셔널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원씩을 출자했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실적 개선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동인터내셔널은 2022년부터 5억2336만원, 2023년 1억8423만원, 올 상반기 2874만원 등 지속적인 순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시장에서는 두 자회사의 부진이 회사의 본업인 의약품과는 동떨어진 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차별화된 시장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류일인터내셔널은 미국에서 눈썹 화장재료 및 공연용 분장용품 등을 유통하는 회사로 개량신약을 주요 품목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동제약의 포트폴리오와는 거리가 멀다.
경동인터내셔널도 창업주인 류덕희 회장이 스노우보드를 접한 뒤 1991년 설립한 동계스포츠 기구 및 의류용품기업 '버즈런'이 전신이다. 자금 수혈을 이어가며 현재는 스포츠용품이 아닌 마스크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모회사인 경동제약에 부담이 되고 있다.
문제는 경동제약의 '본업'과 직결된 의약품 도매업체인 케이디파마 역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디파마는 경동제약이 생산하는 원재료를 수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경동제약의 원료 수출이 줄어들면 케이디파마의 실적도 악화되는 구조다.
실제 케이디파마가 경동제약의 원료 수출을 통해 올린 매출은 2021년 18억원에 달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6억원까지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6억원 남짓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줄면서 이 회사는 최근 4년째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순손실만 3억7468만원에 달한다.
2021년 취임한 류 대표가 그룹 전반의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음에도 자회사들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경동제약의 경우 영업판매대행(CSO)을 도입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자회사들의 적자 타계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경동제약 그룹 전반적으로 실적개선을 위해 힘쓰는 와중에 자회사들의 적자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건 모회사에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자회사를 적극 활용한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동제약 관계자는 자회사들의 적자 배경과 향후 대응책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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