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VC)은 창업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들을 발굴해내고 있다. 이 같은 역할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대표펀드매니저다. 이들은 수년간 쌓은 투자 경험으로 보다 능숙하게, 직관적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노련함을 갖춘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시니어 심사역 이전에 주니어 시절이 있었다. 투자 대상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검토해 투자하고 이후 성공과 실패를 수차례 맛보면서 현재의 투자 역량을 갖췄다. 딜사이트는 시니어 심사역들 아래서 실무를 배우며 향후 벤처투자 시장의 얼굴로 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VC 심사역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학창 시절부터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다. 최근 10년간 사회 동향을 살펴보면서 정보기술(IT) 등 신기술이나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느꼈다. 새로운 기술과 신사업들을 남들보다 빨리 접하고 그 주체들을 금융 측면에서 돕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에 눈을 돌리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신한벤처투자 본사에서 만난 김남기 팀장의 말이다. 1991년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출신으로 정치외교학과와 경제학과를 전공했다. 그는 2017년 9월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에 입사해 5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네이버에서의 경력을 살려 2022년 2월부터는 신한벤처투자 VC 투자본부 VC1부문에 소속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투자 역량을 키우고 있다.
김남기 팀장은 "네이버에서 일할 때 e스포츠와 멤버십 관련 서비스를 담당했다"면서 "특히 멤버십 서비스의 경우 첫 기획 단계부터 운영까지 도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본 경험을 해보면서 창업가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VC업계에 들어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들어 투자업계에 입문한 지 2년이 넘어선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서비스 ▲커머스 ▲핀테크 등이다. 김 팀장은 "아무래도 네이버 출신이다 보니 ICT 기반 서비스와 플랫폼, 커머스 등과 연관된 산업에 익숙하다"면서 "관련 벤처기업들을 위주로 투자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자신의 투자 결정 요인으로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디지털화) ▲시장의 성장성 ▲1등 기업 등을 꼽았다. 그는 "낙후된 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자신의 사업이 속한 산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으면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창업가들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자신이 투자에 관여한 기업 '스탁키퍼'를 하나의 예시로 들었다. 2020년 10월 설립한 스탁키퍼는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신한벤처투자는 스탁키퍼가 추진한 58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유치에 참여했다. 회사는 당시 리드투자자로 '신한 스퀘어브릿지 ESG 투자조합 1호(330억원 규모)'를 활용해 20억원을 투입했다.
그는 "스탁키퍼는 신한금융지주의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신한 스퀘어브릿지'에 참여한 기업들 중 두각을 보인 업체"라면서 "개인 사업으로 전개되던 한우 산업을 조각 투자를 통해 대형화시키고 파편화된 기존 유통 과정을 간소화해 한우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김남기 팀장은 이어 "스탁키퍼는 플랫폼을 통해 한우 유통업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혁신하고 '한우는 왜 이렇게 비싼가'에 대한 답을 찾아낸 기업"이라면서 "이는 한우 농가 출신이면서 무역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탁키퍼 대표의 산업 전문성과 디지털 역량이 시너지를 냈다"고 전했다.
스탁키퍼 외에도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스토어링크(마케팅 플랫폼 기업) ▲SDT(양자 기술 전문 기업) ▲포스타입(웹툰 플랫폼) 등이 있다. 이들에 대한 투자 결정 배경에 대해 김남기 팀장은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을 추려낸 결과"라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전문 투자 분야를 심화해나가는 동시에 업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부문에서의 투자 역량도 쌓아나갈 예정이다. 김 팀장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깊게 파서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면서도 "최근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에 자주 성공하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많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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