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4년…키워드는 '고객·미래·성장'
현대차그룹, 판매·수익성·브랜드 가치 성장…미래 모빌리티 게임체인저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4년을 맞았다. 정 회장은 '고객을 향한 끊임없는 혁신'으로 극적인 변화를 견인하며 현대차그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톱티어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패스트 팔로어로서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정 회장 취임 이후 과거와 확연히 다른 파괴적 혁신과 비전이 주효했다. 전통적 사업영역과 신사업 간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며 게임 체인저의 서막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해 말 정 회장을 '오토모티브뉴스 올스타 38인' 중 최고 영예인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선정하며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글로벌 톱3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뿐 아니라 전기차 및 수소 에너지 분야 등에서도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 회장의 경영 활동 키워드다. 그는 한결같이 '고객'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의 취임사와 취임 이후 4번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총 38회 등장한 '고객'이었으며, 미래(32회)와 성장(30회) 등을 앞질렀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 8월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상향조정하며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2년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섰으며, 2023년에는 북미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면서 "제품믹스를 소비자의 선호에 맞춰 SUV와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진단했다.


◆ 글로벌 판매 빅3…전방위 측면 성장 견인


현대차·기아는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했다. 이른바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기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뿐이다. 이는 판매,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브랜드 경쟁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 톱티어 수준에 이르렀음을 공인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체코공장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창기 HMMC 법인장, 정의선 회장, 마틴 클리츠닉 HMMC 생산실장.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위상 변화가 가장 확연한 부분은 판매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 연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올 상반기까지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 중이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톱4'에 진입했고, 올 상반기 역시 친환경차 16만대 등 총 81만여 대를 판매해 순위를 굳게 지켰다.


현대차그룹은 다각화된 지역 포트폴리오,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감소 극복이 가능한 강력한 하이브리드(HEV) 라인업,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를 지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체질 개선에 성공을 거둔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 중 RV·제네시스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기아도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 내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했다.


기술력, 상품성 등에 기반한 브랜드 영향력에서도 위상 변화가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올 8월 발표한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최근 10년간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6개의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현대차·기아는 총 66개의 상을 수상하며 2위인 폭스바겐을 크게 앞지르기도 했다.


그 결과 기업의 재무성과, 기술·상품 경쟁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브랜드 가치를 증가했다. 인터브랜드의 2024년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현대차는 230억달러, 기아는 81억달러를 기록했다. 양사 합계액은 311억달러로, 2020년 201억달러 대비 4년 만에 54% 이상 늘었다.


◆ 다양한 포트폴리오…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서 약진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친환경차 부문 글로벌 선도 브랜드 위상을 견고히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캐즘에도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톱2'에 오른 점은 이를 방증한다. 두 브랜드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60.9% 늘어난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을 뿐 아니라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었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높은 기술력과 상품성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올해의 차를 잇달아 수상 중이다. EV6가 2022년 '유럽 올해의 차'와 2023년 '북미 올해의 차'를 차지했고, 2022년 아이오닉 5, 2023년 아이오닉 6, 2024년 EV9까지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했다.


정의선 회장이 HMGMA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톱티어 위상을 구축한 비결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E-GMP는 정 회장이 적극 주도한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의 출발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차 역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5.6% 증가한 약 49만대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말까지는 양사 합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 100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2028년까지 현대차 133만대, 기아 8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총 14차종으로 확대 운영하며,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한다. 기아도 2028년까지 9개 등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다.


나아가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로, 수소 모빌리티 리더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 주도


정 회장의 미래 비전과 혁신 리더십은 수소,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자동차 중심의 소프트웨어(SDV), PBV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수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하는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정의선 회장(사진 오른쪽)이 룰라 대통령(사진 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사진 왼쪽)을 만나 'N 비전 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AAM 분야에서는 시장 개화가 예상되는 2028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AI 모델 학습 등을 활용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플랫폼화된 자율주행 차량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판매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본격화를 대비해 사용자 중심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오픈형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 기반 시스템을 개발, 2026년 상반기에 양산 차량에 적용한 뒤 하반기에는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를 공개할 예정이다.


PBV의 경우 현대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PBV 개념이 적용된 'ST1'을 출시했으며, 기아는 2024 CES에서 PBV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 출시를 준비 중이다.


◆소방관 회복지원버스·양궁 등 사회적 가치 실현


정 회장은 인류의 삶과 행복, 진보와 발전에 대한 기여가 현대차그룹의 본질적 사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역량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우리 사회의 공동체와 구성원들을 위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이 회장이 소방관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대표적인 예가 소방관들의 과로와 탈진을 예방하고 심신회복을 돕는 소방관 회복지원버스다. 정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해당 차량은 현대차그룹 본업인 자동차 제조 역량을 살려 현대차 프리미엄 특장버스에 소방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편의 및 집중 휴식 시설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차량 8대를 재난현장에 투입했다. 향후 2대를 추가 기증할 예정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군인들을 위해서는 로보틱스 기술로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군 의무사령부와 '부상군인 재활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보행 재활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를 국군 수도병원 재활치료실에 제공했다. 엑스블 멕스는 재활 치료를 받는 군인 환자들의 하지 근육 재건 및 관절 운동 회복 등에 활용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올해 대한민국 양궁을 통해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양궁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획득하며 전 종목을 석권했을 뿐 아니라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 남자 양궁 단체전 3연패, 혼성 단체 2연패 등 세계 양궁사에 남을 기록들을 대거 수립했다.


◆ 전기차 경쟁력 극대화·미래 신사업 수익성 확보 총력


정 회장은 ▲전기차 경쟁력 극대화 ▲미래 신사업 수익성 확보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강화 등 현대차그룹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적극 모색 중이다. 


먼저 전기차 경쟁력과 관련해 전기차의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안전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톱티어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인도를 방문해 전기차를 둘러보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 21개, 기아는 PBV 모델을 지속 투입해 2027년까지 15개 등 각각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 등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은 그룹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구체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정 회장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상황에도 임직원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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