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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후발주자 LG전자…타협없는 품질력 '승부수'
안정성·사용성 엄격한 테스트베드 구축…2030년까지 시장점유율 8% 목표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21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 실차시험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실제 차량과 연결해 충전 중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테스트하는 모습. (제공=LG전자)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EV) 충전기 시장점유율 8% 달성'


LG전자가 그리는 원대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아직 국내에서도 후발주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품질과 고객 신뢰도를 키워 목표치에 도달하겠다는 과감한 승부수로도 읽힌다. 


10일 오전 여의도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 달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LG디지털파크에 도착했다. 이 곳은 LG전자가 추구하는 '품질경영'의 산실로도 불리는 곳이다. 


LG디지털파크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실차시험소는 이곳이 왜 품질경영의 산실로 불리는지 몸소 느끼게 했다. 이날 연구원들은 기자단의 방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기차 충전기의 안정성 점검을 위해 설비 내 차량과 모니터를 주시하기에 바빴다.


실차시험소는 올해 6월까지 시공을 완료하고 7월 승인을 받은 100평 규모의 연구시설이다. LG전자가 생산하는 전기차 충전기로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기차를 직접 충전하며 화재, 전압 및 전류 변환 등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장소다. 아울러 각 충전기의 화면 설정부터 재부팅 실험까지 기술적인 점검도 함께 진행한다.


인상이 깊었던 건 LG전자가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BMW, 테슬라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기차들이 시험소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차종만이 아니다. 나라별로 전기차 충전환경을 100% 구현하기 위해 전압, 주파수를 변경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 문제가 불거진 만큼 품질 측면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고집이 느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직접 사용해야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 점검만이 아니라 사용성 평가까지 완벽하게 구현했다"며 "유럽을 예로 들면 BMW 차량에 대해 회사가 구현한 UI 등을 하나하나 다 시험을 하게 된다. 자사의 모든 충전기 제품은 이렇게 실차시험소를 통과해야지만 출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차시험소는 현재 305kW 급속 충전기 2대와 100kW 충전기 1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480kW 충전기에 대한 시험공간도 증설할 계획이다.


LG전자 전자파 시험소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전자파 방출량을 테스트 하는 모습. (제공=LG전자)

LG전자가 진행하는 전기차 충전기의 안정성 점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차시험소 인근의 전자파 시험소에서도 엄격한 제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파 시험소는 전자파에 따른 충전기 오작동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한 테스트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나아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인증기관의 공인시험소로도 지정돼 제품 출시 전 관련한 해외 인증을 자체적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는 경쟁력도 가졌다. 


전자파 시험소는 번개와 낙뢰 등 외부 전자파가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RS 챔버와 EMS 실드룸, 제품이 외부로 방출하는 전자파를 측정하는 EMI 챔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 측은 이 곳이 350kW 전기차 충전기도 실험할 수 있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자부심을 뽐냈다. 


업계 최고 수준이란 표현은 굳게 잠겨있던 EMI 챔버실의 철문이 열리면서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철문에서부터 챔버실 중앙까지 이어진 철길 끝에는 지름 5m 정도의 턴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로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가 놓여있었다. 충전기만 아니라 파워뱅크 등 부속 장비가 내뿜는 전기파를 동시에 측정하기 위해 5톤 규모의 무게까지 견디도록 설계됐다. 특히 보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 벽면부터 천정까지 방 전면을 전자파 흡수체로 에워싼 것도 이목을 끌었다. 


LG전자가 이처럼 연구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엄격한 품질테스트를 겸하는 건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세탁기와 냉장고, TV 등 그 동안 B2C(기업·소비자간거래)시장에서 타협 없는 품질 전략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이끌어낸 DNA를 B2B(기업간거래)사업에도 그대로 전이시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 이러한 전략은 전기차 글로벌시장에서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차지포인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유통채널을 활용한 제품 판매 확대 ▲제품 포트폴리오 보완 ▲차세대 솔루션 공동 개발 등 사업확장을 위한 공고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날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전기차 충전기시장이 초기 보조금 중심으로 구축되다 보니 높은 불량률로 이용자들의 불편 사항이 많았다"며 "품질과 신뢰성으로 승부를 내고자 실차시험소와 같은 테스트 공간에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부분에서 차별화된 솔루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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