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MBK, 고려아연 압박 수위 높여
남은 건 법원 판결뿐…사법리스크 불확실성 확대 전략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12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공개매수의 가격을 선제적으로 동결한 것은 고려아연 투자자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강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해 법원에 제기한 2차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회사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며 "현재의 공개매수가 이상의 가격경쟁은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훼손해 각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임직원의 고용 보장, 중국 자본에 대한 기술 유출 및 회사 매각 원천 차단을 약속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전고체 기술 등을 일궈낸 임직원과 국가 기간산업으로 기술 자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 역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MBK파트너스의 입장문 발표가 당국과 법원, 기존 고려아연 투자자 등을 고려해 재빠르게 움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할 불공정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 주식 매수를 위한 신용대출을 차단한 만큼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에 대한 당국과 관련 업계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이번 입장문 발표로 칼을 뽑아든 금융당국의 경고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더 이상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며 "고려아연이 이를 의식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승부는 MBK파트너스 쪽으로 기울게 된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의 우위를 점치는 측에선 회사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지시키라며 법원에 제기한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의 인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번 가처분신청의 심문기일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법원이 이미 한 차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이번 심문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에서 고려아연에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처분을 내리면 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며 "법원에서 판단할 적법성 자체를 떠나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는 투자자라면 고려아연보다 먼저 종료하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게 보다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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