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삼성전자는 항상 위기다. 삼성전자의 위기설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5조원이 넘었을 때도 위기설이 나왔다.
다만 이번 위기설의 차이점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세계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반도체 기술력이 '초격차'를 유지했음에도 삼성전자는 위기를 이야기했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경쟁사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너무 과도한 위기 경영을 통해 조직 내부의 압박감이 커지고 피로도가 쌓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 위기설은 언론과 투자자, 외국계 보고서 등에서 나온다. 정작 삼성전자 내부의 임원들 입에서는 위기설이라는 단어가 쉽사리 나오고 있지 않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실 인식이 없는 임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어 실무진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특히 전임 부문장 시절에는 장밋빛 미래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을 뿐 구체적인 개선방안이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내외부에 알린 적이 없었다. 경쟁사에 밀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곧 엔비디아에 납품이 될 것처럼 시장에 알리고, 기술력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위기를 감추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곪아터진 문제는 속속 드러났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전영현 DS(반도체) 부문장이 취임하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50주년 행사도 백지화 하고 3분기 실적 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부진한 실적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대대적인 사과도 했다. 지금이라도 위기를 인식하고 극복한다면 기회는 있다. 뼈를 깎는 조직 문화 개선작업을 통해 기술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복원하고 철저한 미래준비에 나서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직원들 내부에서 도는 패배 의식을 없애야한다. 그동안 단 한번도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SK하이닉스에 밀려 점유율, 영업이익, HBM, 선단공정, 기술력 모두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가 다닐 동안에는 삼성이 망하지 않겠지"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려온다. 어차피 망하지 않을 거 적당히 일하다가 퇴직하겠다는 심산이다. 위에 임원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이 와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패배주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에 대한 희망과 열정이 줄어들고 동기부여도 사라지고 있다. 임원들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사업보국'이 부족하다며 과도한 로열티와 충성심을 요구하면서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성과급도 SK하이닉스 대비 크게 줄어들어 열심히 일할 동기도 떨어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하루빨리 조직 문화를 개편하고 새로운 보상체계와 내부 문제 파악을 통한 제대로 된 솔루션이 이뤄져야만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인재영입 강화, 내부 소통 강화, 조직문화를 해치는 임원 및 팀장 물갈이 등이 필요하다. 전영현 부회장의 리더십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제는 물러날 곳도 없다. 무너진 삼성 반도체를 재건하려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한번 뺏긴 1위 자리를 빠르게 되찾지 못하면 다시 1위로 올라서기까지는 10년이 걸릴 수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위기를 위기인지 빠르게 깨닫지 못하면 결국 진정한 위기에 빠졌을 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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