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유통 생태계 교란과 가품·유해물질 논란 등 부정적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내 유통 계열사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대상 수출 지원(역직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공익성을 강조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그룹 내 유통 계열사를 통해 역직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먼저 알리바바닷컴은 지난 8월 '한국 파빌리온'을 론칭했다. 한국 파빌리온은 국내 기업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해외 수출 지원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플랫폼이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 190여 개국의 4800만명의 바이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과 브랜드 발전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계열사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지난달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용관 '케이베뉴(K-Venue)'에 입점한 셀러들이 자신의 상품을 해외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향후 케이베뉴에 입점한 셀러 80%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을 활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알리바바 측이 역직구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매출보다는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원을 위함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도 "한국 중소기업들은 해외 무역 업무에 투입할 자원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파빌리온을 론칭하는 이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해당 역직구 프로그램의 수익성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 역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한국 파빌리온의 경우 연회비가 199달러(약 26만원)로 알리바바닷컴(약 500만원)과 비교해 월등히 저렴하고 별도의 거래수수료도 없다. 알리익스프레스도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셀러들에게 향후 5년간 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결국 시장에선 알리바바가 당장의 매출보다는 '이미지 쇄신'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무게를 얻고 있다. 실제 알리바바에는 ▲한국 유통 생태계 교란 ▲가품 판매 ▲유해물질 제품 판매 ▲개인정보 유출 등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한 질타를 받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이 중소기업 지원책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모습"이라고 "소비자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내에서는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점이 기업의 이미지 쇄신에 많이 활용된다"며 "향후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유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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