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갖기 위한 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실제 승자는 경영권과 무관한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권을 두고 대립 중인 고려아연-베인캐피탈 연합과 영풍그룹-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각각 나서면서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와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영풍 측의 공개매수에서 시작된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고려아연 측의 대항 공개매수와 연이은 매수가 인상 등으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공개매수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도 관심사다. 양측은 모두 수조원 대의 자금을 동원하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채 발행,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채워지면서 다수 증권사와 은행의 수익이 될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베인케피탈은 총 3조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들여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372만6591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약 18%에 달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83만원이며,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2조5000억원가량을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이 가운데 2조1600억원을 고려아연이 맡았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으로부터 1조1600억원을 연 5.5%의 이자로 빌렸다. 또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조원을 차입하면서 금리를 연 6.5%로 정했다. 베인캐피탈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400억원(이자율 5.7%)을 차입했다.
최초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던 영풍 측은 이후 75만원, 이어 83만원까지 매수 가격을 높였다. 영풍 측은 최대 302만4881주(지분율 약 14.6%)를 공개매수할 계획으로, 기간은 오는 14일까지다. 매수가격을 재차 인상하면서 필요한 자금 규모도 늘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위해 총 2조5100억원 이상 자금을 동원한다. 이 중 1조9600억원가량은 차입금으로,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 1조5800억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연 5.7%다. 또한 MBK파트너스로부터도 1100억원 가량을 차입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대결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영풍정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양측 모두 영풍정밀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최대주주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주식 393만7500주(약 25%)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매수 가격은 3만원으로, 기간은 오는 21일까지다.
공개매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는 1200억원이 조금 안되는데, 제리코는 공개매수 주관사인 하나증권으로부터 880억원 가량을 차입했다. 이자율은 연 5.7%다.
영풍 측도 영풍정밀 주식 684만801주(약 43.43%)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한다. 기간은 오는 14일까지다. 필요자금은 2000억원이 조금 넘는데, 이 중 1400억원 가량을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 빌렸다. 이자율은 연 5.7%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모두 물러설 마음이 없는 만큼, 공개매수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이 경우 필요자금이 더욱 늘어나 차입금 규모도 커질 수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으로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와 함께 인수자금 차입에 대한 이자도 챙기는 모습이다. 은행 역시 쏠쏠한 이자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갖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거래를 담당하는 금융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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