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네거티브 전쟁이라는 용어는 흔히 정치권에서 많이 쓰인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을 정치권에서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공약경쟁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데 집중할까.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게 더 쉽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경제면을 살펴보면 네거티브 전쟁도 전염된 듯하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의 연합의 경영권 다툼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고려아연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할 뿐 상대방의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에만 더욱 집중한다.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투자를 지적하며 경영진들이 고려아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 중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부적절한 투자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중국 자본과 연관성이 높은 만큼 핵심광물 공급망 및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소 및 여러 비방전, 반박과 재반박 등 여론전이 난무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서로를 비방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명분을 자신한테 끌어오기 위해서다. 공개매수 가격이 상향되면서 이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제 얼마에 파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기업이 더 시장에 대한 소구력이 있는지도 경영권 분쟁에 핵심 요소가 됐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중국 자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기업인 한화를 만난 이유도 이 때문일 테다. 업계 한 관계자도 "돈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여론을 움직일 만한 신뢰성있는 투자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번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실패로 인한 자존심을 회복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싶을 것이다. 영풍은 돈 잘 벌어오는 핵심 계열사에 지배력을 더 이상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최윤범 회장 측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면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위기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라는 경쟁이 여론전, 비방전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간절함이 묻어나서가 아닐까.
그럼에도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고려아연 그 자체가 돼야 한다.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매출을 얼마나 달성할 지 단순히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신사업과 미래 방향성을 어떻게 이끌어 가며 실적을 끌어올릴지 보여줘야 한다. 최윤범 회장 측 역시 공개매수에 응할 예정자들에게 왜 본인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치권의 네거티브 전쟁을 보면서 이미 충분히 피곤해져있다. 당장 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책 경쟁이 아닌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1표라도 덜 받게 하려는 전략에서 말이다. 이번 사태도 비슷하다. 고려아연에 관한 기사가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고려아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MBK파트너스가 어떤 기업인지 최윤범 회장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MBK파트너스-영풍의 주장)를 주구장창 외치는 여론전에 지쳐가고 있다.
고려아연의 개인주주들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로 평균 진입가는 45만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고려아연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했을 것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모두 고려아연이 1주당 100만원을 넘기는 가치를 지녔다고 전망 중이다. 이제 서로의 약점이 아닌 그 가치를 보고 싶다. 그 전략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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