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앞둔 메가캐리어통합 LCC, 진에어로 '헤쳐모여'
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항공사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조건부 승인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이 딴지를 걸지 않는다면 4년 만에 '공룡 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40년 가까이 경쟁 관계를 구축해 온 두 항공사의 내부적 융합이 중요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진행 상황과 새로운 리더십,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벌써부터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가 합병하면 단숨에 국내 1위 LCC 사업자로 등극하기 때문이다.
통합 LCC를 이끌 주축으로는 일찌감치 진에어가 낙점됐다. 합병 명분과 여객 수, 거점 공항 중요도, 기업 규모 등 모든 부분을 따져봐도 통합 주체로는 진에어가 적합하다는 시각이다.
◆3사 여객수, LCC 총 실적의 41%…규모의 경제 기대
4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는 올 들어 8월까지 총 1419만명(국제·국내선)의 여객을 실어 날랐다. 같은 기간 국적항공사 10개사가 기록한 총 여객 6088만명의 23.3%에 해당하는 숫자다. 특히 LCC 3사는 아시아나항공(1077만명)보다 더 많은 수송 실적을 달성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LCC 3사가 합병할 경우 국내 LCC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최근 8개월 간 국내 LCC 8개사 합산 여객 수는 3432만명인데, 해당 3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1.3%다. 이 같은 숫자는 현재 업계 1위인 제주항공(902만명)보다 517만명 더 많으며, 3위인 티웨이항공(695만명)과 비교하면 724만명 가량 웃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하게 되면 보유 기단(항공기 규모)도 압도적인 1위다. 이날 국토부 기준 ▲제주항공 41대 ▲진에어 29대 ▲티웨이항공 36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 ▲이스타항공 14대 ▲에어프레미아 5대 ▲에어로케이 5대 총 158대가 등록돼 있다. 3사 기재를 모두 더하면 총 57대이며, LCC 총 기단의 36% 수준이다.
LCC 3사 통합안은 이르면 2027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자회사로 편입한 아시아나항공을 약 2년간 독립 회사로 운영한 뒤 최종 흡수합병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계열 LCC 3사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LCC도 일체화한다.
◆수직계열화, 시너지 극대화 노려…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 과제
대한항공은 2022년 진에어를 자회사로 만들며 통합 LCC의 얼개를 잡았다.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결정한 이후 통합 LCC를 기존대로 한진칼 산하에 둘지, 통합 대한항공 산하에 둘지를 놓고 고심해 왔다. 진에어가 원래는 한진칼 자회사(지분율 54.91%)였던 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증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보유 중이던 진에어 주식 전량을 6048억원에 취득하며 대형항공사(FSC)와 LCC의 수직 계열화에 나섰다. 진에어가 한진칼 자회사로 남게 된다면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LCC가 개별 운영되는 만큼 합병에 따른 기대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직접 진에어를 지배할 경우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이 될 예정이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지분 거래로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을 그리게 됐다.
다만 현행 법에 따라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되는 아시아나항공은 증손회사인 에어부산 지분 10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상장사인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 내 다수의 기업이 주주로 참여 중이여서 주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진그룹은 약 2년간 주어지는 유예 기간 내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해야 한다.
◆통합 주축 진에어, 모기지 인천공항…매출·이익 순도 '압도적'
통합 주체가 되는 LCC는 진에어다. 피인수 대상인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를 통합 거점으로 삼기에는 명분이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202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해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하며,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를 '아시아 톱 레벨' 항공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진에어가 기종 단일화와 효율적인 노선 운영, 일관된 기업문화 이식 등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 LCC가 모기지로 삼고 있는 공항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을,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두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는 4628만명인 반면, 김해공항은 8분의 1 수준인 579만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3사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LCC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을 근거지로 할 수밖에 없다.
매출과 수익성 규모로 봐도 진에어가 단연 앞선다. 진에어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매출 7385억원과 영업이익 994억원, 순이익 62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은 매출 5076억원과 영업이익 890억원, 순이익 99억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성의 경우 진에어는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5252억원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와 달리 에어부산은 현금성자산이 진에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부 부산 주주들 사이에서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우선적으로 인천공항에 통합 LCC 본사를 두되, 김해공항에 제2 본사를 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LCC 외에도 지상조업사와 IT회사 등 업무가 겹치는 계열사를 통합할 방침이다. 다만 항공예약·발권 회사인 한진칼 산하 토파스여행정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아시아나세이버의 경우 각자 고유한 고객층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별도의 해외 합작 파트너사를 보유 중이고, 한국 시장에서 상호 경쟁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 독립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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