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LIG넥스원이 유도 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올해 안에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일 계약 금액은 '수천억' 단위로 조 단위 계약 규모를 자랑하는 '천궁-Ⅱ'에 미치진 못해도, 미 동맹국 등으로의 수출 포문을 열 중요한 계기란 설명이다.
지난 2일 충남 계룡대 대한민국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KADEX) 현장에서 만난 LIG넥스원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론 미국과의 비궁 계약이 연내 체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미국의 시그널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궁의 경우 미국 해외 비교 테스트(FCT)에 통과한 만큼 사실상 계약 직전 단계"라고 덧붙였다.
앞서 LIG넥스원은 지난 7월 미국 환태평양 훈련(RIMPAC) 기간에 실시된 FCT에서 수출형 2.75인치 비궁인 '포니어드(비수)'의 성능을 성공적으로 증명해 냈다. FCT는 미 국방부가 동맹국 방산 기업의 우수 기술을 평가해 자국 무기 개발 및 획득 사업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비궁은 FCT 최종 시험 발사에서 6발의 표적을 모두 명중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비궁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국 해군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이행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우리 군이 최전방에서 비궁을 운용 중인 등의 트랙 레코드도 미군 신뢰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비궁 미국 수출이 성사되면, 국내 방산 업계 최초의 미 진출 사례다. 이번 계약은 수천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중요한 점은 비궁이 천궁-Ⅱ의 아성을 이을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기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을 교두보로 파이브 아이즈(뉴질랜드·미국·영국·캐나다·호주 기밀 정보 동맹)와 오커스(호주의 핵 잠추진 잠수함 개발을 위한 미국·영국·호주 간 외교 안보 협의체) 등 진출도 노릴 수 있어서다.
앞선 관계자는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 당사가 프로모션을 시행 중인 국가 대부분이 비궁 도입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궁이 수출되기도 전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소형 무인 수상정(USV)의 고속 침투에 대응할 수 있는 무인 체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략적 요충지(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 온 크림대교를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의 USV가 폭파한 이후, USV만큼이나 USV에 대적할 수 있는 무기에도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비궁은 한·미 통틀어 '무인 표적-무인기 탐지-위성 통신-USV 탑재 유도 로켓 발사' 전 과정에 무인화를 적용한 최초 사례다. 우수한 '가성비'도 큰 강점이다. 동종 무기 이상의 성능을 구현하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라는 전언이다.
또 다른 LIG넥스원 관계자는 "미국 경우 막대한 개발비 때문에 2.75인치 유도 로켓의 전력화를 포기했다"라며 "비궁은 미국이 보유하지 않은 새로운 무기인 만큼 소요 제기는 확실하며, 내년 미국 대선 등 정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했다.
다만 LIG넥스원 경우 공식적으로는 "(무기 수출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예산 지출과 의회 승인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비궁 수출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비궁은 차량에 탑재해 발사하는 시스템으로, 2016년 한국 해병대에 전력화됐다. 차량 1대당 2대의 발사 장치에서 최대 40발을 발사할 수 있고, 다수 표적에 연속 발사 및 동시 교전이 가능해 고속 침투정 여러 대를 동시에 정밀 타격할 수 있다. LIG넥스원은 수출을 위해 소형 USV에 장착 가능한 2.75인치 비궁용 발사대도 자체 개발했다. USV가 더 민첩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비궁 표준화 및 모듈화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형급 정찰용 USV '해검'의 동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해검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궁을 비롯한 다수 무기 체계를 탑재할 수 있어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수출형 모델을 제안했으며, 현재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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