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KT&G가 올해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녹색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시장의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 4월 처음 진행한 녹색채권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둔 데 이어 10월도 당초 모집액을 웃도는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KT&G가 담배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ESG에 공을 들이는 노력에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는 이달 8일 3100억원의 공모채 발행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당초 20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만기시점(트랜치)을 2년물, 3년물, 5년물로 나눠 각각 800억원, 1600억원, 700억원 등 총 3100억원의 모집액이 확정됐다. 그 가운데 2~3년물은 시설투자에 사용하고 5년물인 700억원은 ESG 녹색채권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KT&G는 앞서 올 4월에도 6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38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성공적인 회사채 발행을 이뤄냈다.
회사는 올해만 2번 발행된 13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효율 등 친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사용할 계획이다. 녹색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친환경 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KT&G의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환경 건물 건설'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광주, 영주, 김천 등 제조공장 지붕 등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설비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달 13일 발행된 한국신용평가의 KT&G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직접배출이 없고 인프라를 통한 간접 배출을 감안하더라도 화석연료에 비해 그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친환경 건물의 경우 세종미래산업단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종인쇄공장 건축물로 내년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KT&G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상위 등급인 골드 인증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LEED인증은 미국의 그린빌딩협회에서 엄밀한 심사를 통해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다.
친환경 건축물은 표춘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 친환경 자재(저탄소자재, 저순환자재, 녹색건축자재)사용 비율이 높아 에너지효율뿐 아니라 에너지관리와 신재생에너지 이용 측면에서도 강점이 두드러진다.
한편 시장에서는 KT&G가 올해부터 전격적인 녹색채권 발행에 나선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모채 수요를 기대하기 힘든 담배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성공적인 채권 발행을 이뤄낸 점은 ESG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회사 측의 노력의 결실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실제 KT&G는 녹색채권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ESG에 공을 들이는 회사다. ESG 각각의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아 작년 한국기준원에서 최상위 등급인 A+를 취득하기도 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업계에서 ESG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통상 담배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이번 녹색채권만 봐도 KT&G가 ESG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수요를 이끌어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T&G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ESG차원에서 녹색채권 발행을 처음 진행했다"며 "올해 발행한 녹색채권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친환경 건물 준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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