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귀 못 알아듣는 통신 AI 상담사
비용절감·효율화도 좋지만 고객 불편 여전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뉴스1)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얼마 전 한 지인은 지난달 통신요금 고지서를 보고 예상보다 많은 금액에 놀라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단지 '비용이 어떻게 책정된 건지 궁금했다'고 했지만 원하는 답변을 듣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불편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문의가 인공지능(AI) 상담으로 처리되다 보니 실제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어렵사리 문제를 해결한 후 오히려 통신사 측 직원으로부터 결합상품이나 프로모션을 추천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고 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사람 상담원과 연결이 어려웠는데 통신사의 이익이 걸린 상황에서는 이렇게나 쉽게 사람과 연락이 닿을 수 있다는 점이 씁쓸하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경험은 그 지인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서는 "도대체 상담사는 어떻게 연결하는 건가요", "AI 상담사만 나온다", "처음부터 '상담사 연결'이라고 말해도 자꾸 실패한다" 등의 불만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애플 신제품 배송 지연으로 인해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한 사전예약 신청자들이다.


통신사가 매월 기본요금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적극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선택약정 미가입자 수는 1230만명에 달했다.


약정 기간 종료 후 무약정 기간이 1년이 넘는 사람은 673만여명으로, 전체 선택약정 미가입자의 54.7%를 차지한다. 이들이 혜택을 알지 못해 놓친 금액은 총 1조3837억원에 이른다. 노 의원은 "1년 이상 무약정 상태를 유지한 것은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할인받을 수 있었음에도 할인받지 못한 것"이라며 과기정통부와 통신사의 안내·홍보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은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AI를 고객센터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I 상담으로 단순·반복 문의에 신속히 대응하고, 상담 인력을 최소화해 인건비 절감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객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AI 도입 취지는 좋지만 고객들의 실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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