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IB 전문가' 정운진 사장, 리스크관리 시험대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지난해 말 재연임에 성공한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은 리스크관리를 새로운 과제로 안게 됐다. 신한캐피탈은 영업자산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편인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캐피탈의 실적 증가를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정 사장이 올해 리스크관리에서도 성과를 낸다면 신한금융그룹 내 입지도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 정 사장의 세 번째 임기가 끝난다. 2021년 1월 대표에 오른 정 사장은 체질 전환과 실적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끈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두 번 연임에 성공했다.
햇수로 벌써 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올해는 정 사장에게 특히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신한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투자금융(IB) 전문가'로 꼽힌다. 신한금융이 신한캐피탈의 사업 기반을 소매금융에서 투자와 기업금융 분야로 전환하는 중대한 시점에 정 사장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이 들고 있던 1조 원 규모의 자동차 및 소매금융 자산을 신한카드에 넘기도록 하고 투자와 기업금융 중심으로 신한캐피탈의 체질 전환을 추진했다. 정 사장은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2021년 대표에 선임됐다.
정 사장은 3년 동안 체질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그룹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신한캐피탈 전체 영업자산에서 투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말 20%에서 올해 6월 말 38%까지 확대됐고 순이익은 3년 연속 늘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정 사장을 추천하면서 "지난 3년 동안 효율적인 경영관리 및 영업 추진을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자산 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정 사장은 리스크관리를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신한캐피탈은 사업 기반을 소매금융에서 투자와 기업금융 분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중도 확대했던 만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타격도 상대적으로 크게 받고 있다.
부동산 PF의 건전성 악화로 줄곧 0%대를 벗어나지 않던 연체율(1개월 이상)은 올해 6월 말 기준 2.2%까지 상승했다. 충당금 부담 증가로 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19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8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신한캐피탈은 다른 금융지주 캐피탈사와 비교해 영업자산에서 부동산 PF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많은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의 부동산 PF 자산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2조5000억원 정도로 자기자본의 100%를 넘는다.
올해 리스크관리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정 사장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에 대해 충분한 임기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는 인사 철학을 지닌 만큼 성과에 따라 연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캐피탈은 부실채권 매각과 자산 재구조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리스크관리에 주력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건전성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1964년 4월 태어나 계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신한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신한금융에서 일했다. 신한금융 글로벌 투자금융(GIB)사업부문 성장을 이끄는 등 투자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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