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최근 위탁운용사(GP) 선정을 확정한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에서 민간 출자자로 참여한 기업의 계열사가 민간 출자금의 40%가량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이 자사 계열 운용사를 선정,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지적과 공정 심사 과정에서 우연히 나온 결과라는 옹호 의견이 맞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최종 확정한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의 자펀드 운용사 중 민간출자자로 참여한 기업의 계열사는 총 여덟 곳이다. ▲삼천리인베스트먼트(삼천리, 60억원) ▲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생명, 200억원) ▲씨케이디창업투자(종근당홀딩스, 60억원) ▲카카오벤처스(카카오모빌리티, 60억원) ▲KC투자파트너스(KC, 53억원) ▲IBK벤처투자(IBK기업은행, 300억원) ▲효성벤처스(㈜효성·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 300억원) ▲KB인베스트먼트(KB국민은행, 225억원) 등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KB국민은행이 참여한 세컨더리 분야에 선정됐고 이를 제외한 7개사가 초격차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효성벤처스는 300억원 유치를 확정하며 출자사업에 단독으로 지원한 GP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유치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세컨더리분야의 민간출자금 550억원 중 225억원을 가져갔다. 효성벤처스와 같은 금액을 유치한 IBK벤처투자는 절반인 150억원을 코오롱인베스트먼트와 공동운용사(Co-GP)를 결성해 유치했고 나머지 역시 퓨처플레이와 연합하며 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이 유치한 출자금의 총액은 1258억원이다. 모태펀드를 포함한 전체 출자금(5590억원)의 22.5%, 민간출자금(3280억원)을 기준으로 정하면 38.4%에 해당하는 금액이 기업 계열 투자사의 펀드에 흘러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초격차 분야(1033억원)는 민간 출자금(2730억원)의 37.8%, 세컨더리 분야(225억원)는 민간 출자금(550억원)의 40.9%를 받은 셈이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민간기업은 ▲IBK기업은행 ▲KC ▲LG유플러스 ▲NPC ▲노란우산공제 ▲두원중공업 ▲마팔하이테코 ▲비바리퍼블리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천리 ▲신성델타테크 ▲신한다이아몬드공업 ▲종근당홀딩스 ▲카카오모빌리티 ▲한화토탈에너지스 ▲효성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KB국민은행 등 20개사다. 이 중 11개 회사의 계열 운용사가 지원서를 접수했고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계열사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10개 회사의 계열 운용사가 출자사업 운용사로 최종 선정됐다.
지난 6월 스타트업코리아펀드에 도전장을 내민 운용사는 총 40곳이었다. 이중 20개사가 최종 선정되는 과정에서 민간출자자의 계열 운용사 8개가 명단에 들어갔다. 운용 펀드로 따지면 최종 선정된 20개 중 9개 펀드가 민간 출자자의 계열사가 운용하는 펀드인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역대급 규모의 벤처 출자사업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이뤄졌다"며 "보다 나은 투자처와 전문성을 보유한 중소형 벤처캐피탈(VC)들이 대기업 계열사의 아성에 밀려 참여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 식구 감싸기를 지적하는 논리라면 한화투자증권 역시 운용사로 선정됐어야 했다"며 "펀드 자체의 정성, 정량평가 결과가 우수해 선정한 것이 공교롭게도 자금 지원 능력이 우수한 민간 출자자 계열 운용사에게 돌아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