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강업범현대家 편입 시너지 미미…수익성 '빨간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자동차용 스프링(서스펜션)과 시트 제조기업인 대원강업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비용 지출 영향으로 수익성 지표가 줄줄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원강업은 범(凡)현대가를 뒷배로 두고 있지만,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주주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완성차와는 무관한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어서다.
◆ 판매보증비 대거 반영, 영업적자…수익성 지표 '뒷걸음'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원강업은 올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3946억원과 영업손실 7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196억원에서 20억원으로 10분의 1 토막 났다.
대원강업의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이 악화된 주된 요인으로는 매출원가율 안정화가 쉽지 않은 데다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지출이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대원강업은 올 들어 6월까지 매출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3%로 전년(91.1%)과 유사한 수준에 그쳤으며, 판관비로는 162.4% 급증한 453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강업은 원가 절감을 위해 평강 및 차량용 판스프링을 제조하는 삼원강재(코스닥 상장사)와 자동차시트부품을 만드는 대원정밀공업을 자회사로 두며 설비부터 재료까지 직접 가공하는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또 비레트와 환강, 선재, 강판재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인하되면서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됐으나, 실제 원가를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을 훌쩍 웃도는 판관비를 지출하면서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원강업은 전반적인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판매보증비가 157배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 판매보증비는 추후 사후서비스(AS)와 불량 제품 수리비용을 선반영하는 계정이다.
대원강업은 올 2분기에만 272억원의 판매보증비를 인식했다. 1개 분기에 이입된 판매보증비 규모 뿐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 봐도 역대 최고 금액이다. 단순하게 판매 물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 아닌, 하자 이슈가 발생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결과 대원강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부분의 지표들이 역성장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EBITDA(조정 상각전영업이익)는 91% 축소된 24억원에 그쳤으며, EBITDA 마진율은 6.1%포인트(p) 하락한 0.6%로 계산됐다. 아울러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을 의미하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87% 감소했으며, 대원강업의 실제 현금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음수 전환했다.
◆ 대기업 편입, 현대차그룹과 무관…현대百 사돈관계 인연
대원강업은 1946년 설립된 대한철강을 모태로 한다. 창업주는 고(故) 허주열 명예회장과 동생 허송열 명예회장이다. 1960년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국내 차량용 스프링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오너 2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허주열 명예회장의 장남 고 허재문 전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했으나, 3년 만에 작고했다. 이에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허재문 전 사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허승호 전 대표이사가 한국으로 돌아와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동 창업주였던 허송열 명예회장 일가가 경영 개입 강도를 높이며 허승호 전 대표 측을 압박했다. 허송열 명예회장 장남 허재철 전 회장(2세)은 2008년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특히 사돈기업 현대백화점그룹의 손을 빌려 압도적 지분 우위를 굳혔다.
허재철 전 회장의 장녀 허승원 씨는 2004년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결혼했는데, 대원강업이 2007년 고려용접봉(현 키스웰홀딩스)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자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총 15%의 우호 지분을 취득했다.
허재철 전 회장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긴 했으나, 슬하에 아들이 없는 터라 허승호 전 대표 가문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예상과 달리 허재철 전 회장과 그의 형제들은 보유 중이던 대원강업 주식 전량을 현대백화점그룹에 처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허승호 전 대표 측과의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원강업의 인수 배경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유통업에 집중된 만큼 리스크 분산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지분 거래가 완료된 이후 직접 파견한 인사들을 대원강업 주요 경영진에 앉혔다. 세부적으로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와 현대리바트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박민희 대표이사 사장을 내려 보냈으며, 이종근 현대지에프홀딩스 경영전략실장을 사내이사에 앉혔다.
대원강업이 현대백화점그룹으로의 피인수 이후 실질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기대 효과는 크지 않다. 대원강업의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가 50% 수준이지만, 현대차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교집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이 선임한 전문경영인이 자동차 부품업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그나마 현대백화점그룹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영업실적을 기록 중인 만큼 추후 유사시 자금 지원 가능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원강업이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상 역할이 제한적이고 자산과 매출 비중이 적다"며 "대원강업에 대한 지원 가능성은 보통 수준이지만,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은 대원강업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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