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채무 상환을 위해 2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다.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의 합작 사업 선행 조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 강화을 도모하는 차원이다. 영구채를 활용한 차환은 부채비율을 큰 폭 떨어트릴 수 있단 점에서 묘수로 읽히지만, 급증하고 있는 이자비용 가중으로 금융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25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후순위 사채(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의결했다. 해당 영구채는 30년물로, 표면(최초) 이자율은 연 6.457%지만 발행 시점으로부터 3년이 되는 날인 2027년 9월부터 가산 금리가 붙는 옵션이 포함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에 조달할 자금을 전액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사실 이 회사의 경우 부채 감축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3조1875억원)의 4분의 3 이상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2조4448억원)로 질이 나쁘긴 해도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19.7% ▲2023년 말 104.9% ▲올해 6월 말 104.2% 등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아울러 현금 동원력을 의미하는 유동비율(유동부채/유동자산) 역시 올 6월 말 기준 10.2%로 일회성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대규모 상환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한앤코와의 합작사(JV) 설립을 위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물 출자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차입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초 한앤코와 필름 사업부 매각 협상을 이어 오다 김천1공장과 울산공장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JV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즉 JV 소수 지분 획득을 위해선 김포1공장에 걸린 담보를 해제해야 했기에 30년물 영구채를 발행하게 된 것이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재무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영구채의 경우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는 만큼 자본확충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6월말 기준으로 계상하면 해당 영구채 발행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부채비율을 88.8%까지 낮출 수 있다.
더불어 신용등급(A, 안정적) 상승을 노릴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코오롱인더 신용도 상향 요인 중 하나로 부채비율 100% 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이외 영업현금흐름의 개선이나 순차입금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3.5배 이하일 것 등의 조건은 개선이 필요한 항목이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중기적으로는 해당 요건에 부합할 것으로 한기평은 보고 있다. 신용도가 개선되면 자금 조달 시 기존 대비 우호적인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
다만 높은 차입 금리는 부담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번에 발행한 영구채의 이자율은 6% 중반대로, 지난 4월 발행했던 1350억원 규모 회사채의 이자율(4.147~4.388%) 대비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번 영구채는 3년 후부터 연간 이자율이 매년 가산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자율이 오르기 전 상환한다는 목표지만 그 전까진 매년 161억원의 이자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재무 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채권 발행의 가장 큰 목표 역시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인 신용도 개선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아니지만, 차입금 감소에 따라 신용도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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