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SGC E&C(SGC이앤씨)가 재무건전성 악화 위기에서 한숨을 돌렸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우발채무 현실화 탓에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재무지표 악화 부담을 덜어낼 수 있어서다.
SGC E&C가 계열사의 추가 지원 없이도 이익체력 및 재무건전성 개선 등 부동산 시장 침체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을 지 관심이 몰린다.
27일 SGC E&C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자본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43.7% 증가했다.
SGC E&C는 상반기에 79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자본은 오히려 6개월 만에 955억원 늘었다.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SGC E&C의 자본이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계열사 지원이 꼽힌다.
SGC E&C는 OCI그룹 계열에 속한다. SGC E&C 최대주주는 SGC에너지로 보통주 기준 32.9%의 지분을 들고 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숙부 및 조카가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지배지분은 44.52%다.
최대주주인 SGC에너지는 올해 2월 SGC E&C가 발행한 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다. 이 외에도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치와이에너지제일차'를 통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총 3차례에 걸쳐 약 300억원을 지원했다. 에이치와이에너지제일차가 SGC E&C에 대출해준 자금은 만기를 30년간 연장할 수 있는 데다, 만기 연장이 자유로워 대출이지만 자본으로 인정됐다.
SGC E&C는 올해 2월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 73만주를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1만8620원으로 총 136억원을 확보했다.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OCIM(OCIM SDN. BHD.)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전량 인수했다.
SGC E&C가 SGC에너지와 OCIM 등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직접 혹은 우회적으로 확보한 자금은 1236억원 가량이다. 전액 자본으로 인정돼 SGC E&C의 자본규모를 2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불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GC E&C는 자본증가에 힘입어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됐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GC E&C의 부채는 845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1.8% 늘었다. 6개월 만에 무려 2000억원가량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93.9%에서 올해 상반기 269.4%로 24.5%포인트(p)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타인자본(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재무지표다. 분자인 부채가 30% 이상 늘었지만 분모인 자본 증가 폭이 40%를 웃돌며 부채 증가 속도를 앞지른 덕분에 부채비율은 낮아졌다.
계열 지원에 힘입어 자본 규모를 키운 데 더해, SGC E&C 및 종속회사 등은 SGC에너지의 신용공여를 등에 업고 장기차입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차입금 만기 장기화에 따라 SGC E&C는 단기 유동성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SGC E&C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대비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성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57%에서 올해 상반기 말 72%로 상승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90억원에서 963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1700억원대에 이르렀던 단기성차입금이 6개월 만에 1300억원대로 감소했다.
SGC E&C는 올해 5월 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기간 24개월의 대출을 일으켜 200억원을 조달했다. 해당 대출에는 계열사인 SGC디벨롭먼트가 보유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SGC디벨롭먼트는 SGC에너지의 완전자회사다.
이 외에도 SGC E&C의 연결종속회사인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는 올해 2월 1200억원의 2년 만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의 차입금은 SGC E&C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데, SGC에너지는 해당 차입금에 대해 이자자금보충약정 및 자금보충약정 등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SGC E&C가 시공을 맡았던 원창동 물류센터 인수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물류센터는 준공 후 매각 및 임차인 확보 등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SGC E&C는 결국 웨스트사이드로지스틱스를 통해 물류센터를 떠안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 차원의 지원 여부가 건설사 재무활동에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고금리 등 비우호적 조달여건이 장기화하면서 계열의 직간접적 지원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흐름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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