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사람들이 개미들에 주는 교훈
기업사냥꾼 무자본 M&A로 몰락…새 대주주 맞아 부활 날개짓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13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좋은사람들 공식 온라인몰.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보디가드·제임스딘·예스·섹시쿠키·리바이스 바이웨어'.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과거에 잘 알려졌던 속옷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소위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된 비운의 브랜드들이기도 하다. 국내 3대 언더웨어 전문회사로 군림했던 코스닥상장사 '좋은사람들' 얘기다. 


좋은사람들은 1993년 개그맨 주병진씨가 설립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무자본 인수합병(M&A) 대상이 돼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무자본 M&A는 특정 세력이 자기자금보다는 차입금을 이용해 상장사를 인수하는 수법을 뜻한다. 주로 코스닥시장에서 일어나는 불공정거래로,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일명 꾼들이 회사를 통해 조달한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위법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소액주주들과 회사 임직원들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국내 대표 속옷회사가 무자본 M&A의 대상이 돼 몰락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때 연매출이 1200억원을 넘었던 좋은사람들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인 이종현 전 대표가 2019년 3월 경영권을 잡은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실적은 적자로 빠르게 돌아섰고 주가는 1년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났다. 결국 2021년 3월 거래정지됐고 2022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좋은사람들은 건실하던 회사가 기업사냥꾼에 의해 어떻게 망가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무자본 M&A의 주요 특징들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종현 전 대표는 처음에 인수자금 대부분이 자기자금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공시를 통해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드러났다. 


회사 자금 수백억원이 마스크·손소독제 업체나 화장품업체, 김치공장, 연예기획사 등 본업과 관련 없는 업체들로 흘러 들어갔다. 연대보증 남발과 횡령·배임 사건까지 발생했다. 투자 명목으로 회사 돈을 유용하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좋은사람들은 과거 암울했던 시절을 거쳐 재기를 노리고 있다. 새 대주주를 맞이한 뒤 경영정상화에 주력했던 회사는 지난달 4년여 만에 거래재개에 성공했다. 오는 9월 말 보디가드 리브랜딩을 선보이며 명예회복에 본격 나선다. 


그간의 아픔이 유의미한 성과로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시 이 전 대표 측근들이 회사를 장악해 임원들은 정리대상이 됐고 직원들 절반은 회사를 떠났다. 지난달 회사를 찾았을 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에너지가 넘쳤던 회사 분위기가 뇌리에 남는다. 화이팅을 외치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임직원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좋은사람들 사례를 통해 개미들 역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비외감기업이나 조합 등 최대주주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전환사채(CB) 발행을 남발하고 자금조달 이후 생뚱 맞은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거나 고가의 부동산 매입, 관계회사에 대여금을 지급하는 등 전형적인 꾼들의 행태에 유의해야 한다. 


'재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꾼들은 현재도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개미들은 언제나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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