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신용카드사들은 올해 들어 가장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예기치 못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의 미환불 피해가 속출하면서다. 당사자인 티메프 대신 창구가 된 카드사들은 최근 몇 주 사이 수 만건의 민원을 받아야 했다. 환불 문제가 모두 해결될 때까지 이같은 민원처리를 계속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환불 방안은 카드 결제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할부로 결제했을 경우 철회권 및 항변권을 행사해 결제를 취소하거나 남은 할부금의 지급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일시불로 결제를 했다면 이의신청 제기를 통해 결제대금 취소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은 정상적인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한 민원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어찌됐든 맨 앞에서 소비자 불편 최소화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별개로 카드업계에는 자조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소비자 구제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데도 정작 피해를 준 당사자인 양 비난의 목소리가 쏠리고 있어서다. 카드사가 환불을 해주지 않아서 결제액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카드사가 직접 가맹 계약을 맺는 오프라인 결제와 달리 온라인 오픈마켓 결제의 경우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중간에서 정산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환불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카드사가 임의로 결정하는게 아니라 PG사가 승인을 해야 가능한 구조다. 티메프 사태 초기 소비자들의 카드 결제 뿐만 아니라 결제 취소까지 막아 환불을 늦춘 것 역시 카드사가 아닌 PG사였다.
환불 주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여행상품 및 상품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행업계와 PG사 사이의 공방이다. 이 와중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PG업을 병행하는 핀테크들이 환불에 나서자 카드사에는 또 다시 불똥이 튀었다. 같은 결제업무를 하는데 왜 카드사들은 환불에 나서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원 대응 등을 보면) 칭찬을 받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마치 카드사들이 가장 나쁜 집단인 것처럼 얘기가 나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티메프가 당장 현 사태를 책임질 능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인지된 상황이다. 그런만큼 카드사들 역시 비용에 대한 분담은 당연한 역할이라고 본다. 구체적인 방안 역시 검토 중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환불 처리 후 PG사에게 청구하게 될 비용을 점진적으로 돌려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드사와 PG사는 상계처리를 통해 결제대금을 정산해왔는데 이를 늦추는 식으로 PG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의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구제다. 지난달 사태 발생 이후 금융감독원이 다른 기관보다 가장 앞서서 관련 브리핑에 나선 것도 소비자 피해 해결이 선결 과제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됐든 소비자 돈만 돌려주면 된다는 식은 맞지 않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과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분명 다른 영역이다. 카드사들이 바라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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