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인 두산밥캣(지분 46%)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두산그룹의 계획이 전면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두산그룹은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사업재편 계획을 취소할 방침인 만큼 주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전날(5일) 폭락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의 주가도 크게 밀렸다. 이들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대략 30% 정도 떨어졌다. 이날 증시가 반등하면서 2~7%가량 주가가 회복했지만 여전히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일까지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주주들로서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들의 합병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고, 두산에너빌리티 주식회사는 존속할 방침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 두산그룹은 사업적 시너지 극대화와 경영 효율성, 시장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규모가 6000억원을 넘어서거나 두산로보틱스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5000억원을 초과하면 사업재편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식교환 계약을 취소할 계획이다. 또한 두산밥캣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5000억원을 초과해도 마찬가지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두산그룹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2만89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받을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전체 주식의 4% 수준인 약 2872만주다.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 공시가 나온 때부터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가 급락으로 주식평가 손실이 커졌을 것을 고려하면 다수의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사업재편 계획을 발표한 7월11일 주가(2만1850원)보다 다소 낮다. 하지만 현 주가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날 종가(1만6870원)를 기준으로 최초 공시일(7월 11일) 대비 주가 변동률은 마이너스(-) 22%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손해율은 4% 수준에 불과하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두산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8만472원으로, 6일 종가(6만3400원)보다 27%가량 높은 수준이다. 두산밥캣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5만459원으로, 이날 종가인 3만4950원보다 44% 이상 높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산밥캣의 한 주주는 "합병에 반대하고 (주식) 매수 청구해야 한다"며 "자기 재산은 자기가 챙겨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도 "주가가 대폭락해서 주식매수청구권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주가가 폭락한 만큼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 물량이 회사 측이 제시한 한도 물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회사는 당초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예컨대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민연금(6.8%)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두산그룹 측이 제시한 매수청구권 한도 규모(6000억원)를 넘기게 된다. 이 외에도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불만이 큰 두산밥캣의 경우도 국민연금(7.2%)을 포함한 소액주주의 비율이 과반에 달한다.
이에 대해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법에서 상장법인 간 합병 시에는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 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며 "로보틱스와 밥캣의 주식 교환 가액인 8만114원, 5만612원은 두 회사의 2024년 평균 주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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