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출범든든한 뒷배 둔 증권사 탄생…경쟁사 바짝 '긴장'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공식 출범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현 NH투자증권)를 매각한 지 10년 만이다.
경쟁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목표로 업계 인력을 대거 흡수,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 기업금융(IB)부문의 경우 출혈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은 이미 경쟁이 과열돼 있는데, 우리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메기'가 등장해서다.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이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은 1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출범식을 갖고 업계 18위권 중형 증권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자기자본은 1조1500억원 규모다. 이번 합병으로 국내 마지막 종합금융회사(종금사)인 우리종합금융의 퇴장으로 종금사 역사도 막을 내린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증권사를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하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이후 5년 내 자기자본 10위권, 10년 내 초대형 IB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신생 증권사답지 않게 전통 IB 영역에 진출한다고 공표해 눈길을 끌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둔 우리투자증권은 출발선이 다르다"며 "전통 IB의 재건을 내세운 데도 이런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도 마쳤다. △종합금융 △세일즈앤트레이딩(S&T) △리테일(소매) △리스크관리 등 4개 사업부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기존 발행어음과 부동산에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IB, S&T, 리테일 등 증권사 본연의 사업 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S&T에 주력해 투자상품 개발과 자체 운용을 구축할 계획이다.
'초대형 메기' 등장에 경쟁 증권사들은 동향 파악에 분주한 모양새다. 대형사들은 주관 경쟁 심화를, 중소형사들은 인력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어느 정도 현실화한 모습이다. 이는 각 사업부를 이끌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종합금융 사업부문은 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 출신 양완규 부문장이, S&T는 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 출신 박기웅 부문장이, 리스크관리는 IBK투자증권 출신 이위환 부문장이 맡았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업은 리스크 통제가 매우 중요한 만큼 경험 많은 내부통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투자 상품 개발, 자체 운용 등을 포함한 S&T 전체 사업 영역을 구축과 디지털 중심 리테일 사업 기반을 마련해 상품별 및 채널별 단계적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통 IB부문에서의 경쟁도 예고됐다. 특히 회사채 주관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회사채 시장의 경우 캡티브 영업(증권사들이 회사채 주관 딜을 따낼 때 보험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들의 참여를 약속하는 것을 의미)을 통해 빠르게 안착할 수 있어서다.
인수금융부문 역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미 우리은행이 인수금융 분야에서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시너지가 기대되는데다 이미 타사 인력을 대거 스카웃한 상태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역시 자기자본 규모다. 초대형 IB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라는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약 1조15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흔히 증권사 성장은 자본력 싸움이라 불린다.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이익이 창출되는 구조다. 즉,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우리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10년 내 최소 3조원에 가까운 증자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투자증권은 추가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적합한 매물이 없다고 판단, 자체 성장에 주력하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에 적합한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매수할 의향이 있다"며 "인수 전까지 자체 성장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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