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지배구조'형제경영' 코리안리, 순항에도 남은 불씨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코리안리재보험은 창업주 고(故) 원혁희 전 회장의 장남 원종익 회장과 삼남 원종규 사장의 형제 경영체제가 안착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크고 작은 오너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워낙 많았던 만큼 두 형제를 걱정스레 지켜보는 시선도 있다.
더욱이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두 형제의 지분율이 비슷해 특정 개인이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형제 사이가 악화하면 오너 일가를 포함한 주요 주주 간에 편이 갈리면서 경영 체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국내 오너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형제가 함께 경영하는 곳이다. 원 사장이 2013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2세 경영체제를 열었다. 이후 원 회장이 2021년 사내이사로 합류하면서 형제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원 회장과 원 사장 모두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코리안리의 형제 경영체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 회장은 줄곧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경영은 대표인 원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형제 경영체제가 운영된 지 올해로 벌써 4년째인데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성과는 나쁘지 않다. 코리안리의 수입보험료는 2020년 8조3771억원에서 2023년 9조7241억원으로 16% 증가했고 순이익은 같은 기간 1420억원에서 2838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지금껏 분위기에 비춰볼 때 형제 사이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다툼의 불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분쟁 가능성 '0(제로)', 즉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오너기업에서 가족 사이 경영권 분쟁이 비일비재한 탓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종결된 한미그룹만 해도 모녀와 형제가 편을 갈라 치열하게 대립했고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창업주의 네 자녀가 합종연횡하며 경영권을 두고 다퉜다.
무엇보다 원 회장과 원 사장 두 형제의 지분율 차이가 1%도 되지 않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족 일부나 주요 주주의 지지를 얻으면 지분 구조에서 크게 앞설 수도 있는 만큼 형제 사이가 악화하면 곧바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리안리의 지분 현황을 보면 여러 특이점이 눈에 띈다. 일단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19.96%다. 다만 어느 특정 개인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 또 자사주 비율이 10%에 달하고 신영증권(8.68%), 국민연금(8.29%), SKAGEN AS(스카겐 에이에스, 6.95%) 등 주요 주주의 지분율이 오너 일가의 개인 지분율을 앞서는 상황이다.
코리안리와 기업 형태나 경영 상황 등에서 차이가 크긴 하지만 4년 전 한진그룹에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요 주주 등과 동맹을 맺고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 전 부사장과 손잡았던 사모펀드 KCGI가 시작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했던 점이나 남매의 지분율 차이가 불과 0.03%에 불과했던 점 등도 싸움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코리안리의 최대주주는 원혁희 전 회장의 아내 장인순 여사로 3월 말 기준 지분 6.00%를 보유하고 있다. 원 사장이 지분 4.56%를 보유해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고 원 회장은 지분 3.69%를 보유 중이다. 그밖에 이필규 이사 2.36%, 원 전 회장의 장녀 원종인 씨 1.85%, 차녀 원계영 씨 1.51% 등이다.
당초 원 사장의 지분율이 원 회장 지분율보다 소폭 낮았으나 원 사장이 자사주를 잇달아 매입하면서 2018년 지분 규모가 역전됐다. 원 사장은 이후에도 자사주를 여러 차례 사들여 지분율을 높였다.
원 전 회장은 장 여사와 사이에 모두 다섯 자녀를 뒀다. 원 전 회장의 차남인 원영 씨는 2019년까지만 해도 코리안리 지분 3.48%를 보유했으나 순차적으로 매각해 현재는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5% 이상 주주로는 신영증권(8.68%), 국민연금(8.29%), SKAGEN AS(스카겐 에이에스, 6.95%) 등이 있다. 신영증권은 코리안리와 경영권 안정을 위해 동맹을 맺은 관계다. 원 전 회장과 원국희 신영증권 명예회장은 돌림 자를 같이 쓰는 원주 원씨 종친이다.
스카겐 에이에스는 노르웨이 국적의 뮤추얼펀드로 10년 넘게 투자 목적으로 코리안리 지분을 들고 있다. 이밖에 자사주 10.9%이고 우리사주조합 0.50%, 소액주주 34.41%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현재까지는 2016년 원 전 회장이 별세했을 때 형제 사이 별다른 다툼이 없었던 점, 원 사장과 원 회장이 코리안리에서 쌓아온 경력에서 차이가 큰 점 등에 비추어 현재 경영 체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하기 전 외부기업에서 오래 일하고 코리안리에도 고문으로만 이름을 올렸던 원 회장과 달리 원 사장은 1986년 코리안리에 입사한 뒤 모든 직급과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전문성을 쌓았다. 원 회장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대림산업에서 일했고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코리안리 상근고문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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