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새 술은 새 부대에" 임원진 쇄신 전망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K그룹이 최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경질을 일시적으로 멈췄지만 하반기 계열사 통폐합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사이동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사실상 돈을 벌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외에는 모두 수시 인사 대상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SK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올해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계열사 구조조정안도 전방위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경영전락회의를 앞두고 계열사 CEO들 추가 교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SK의 리밸런싱 작업은 계열사 조정·정리, 투자 지분 매각, 인적 쇄신 등 3대 축으로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경영전략회의 후 추가 인적쇄신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SK는 박성하 SK스퀘어 사장이 퇴임했다. 그동안 SK그룹의 투자를 도맡아하던 투자형 중간지주회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반영됐다. SK스퀘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연결기준 2조3397억원에 달했다. 특히 박 사장은 박정호 부회장의 신뢰를 받아온 인물로 지난해 3월 박 부회장 후임으로 SK스퀘어 대표로 선임됐다. 하지만 11번가 콜옵션 포기 등의 투자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경일 전 SK에코플랜트 대표 역시 재활용 사업투자 성과가 부진하면서 해임됐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성과가 미미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외 SK온은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 부사장)를 보직해임했다. 이번 리밸런싱의 핵심으로 꼽히는 SK온은 현재 임원의 최대 30%가량을 축소·이동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에서 모빌리티 신사업을 총괄하던 이재호 부사장도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SK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앞서 부사장 급 계열사 내 핵심 인재도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룹 전반의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전략회의 이후 계열사 219곳 중 일부를 과감히 매각하거나 합병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면서 임원진들의 감소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SK스퀘어, SK온, SK에코플랜트 등 SK그룹 내 실적 악화의 진원지로 꼽힌 세 곳에서 우선적으로 C레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인적쇄신이 속도 조절을 한 이유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후 본격적인 인사를 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인 최창원 의장이 구조조정의 핵심 키를 잡고 있는 만큼 정기인사가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수시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C레벨 임원의 경우 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 시기에 교체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 의장이 최태원 회장을 등에 업고 '광폭 행보'를 보이며 그룹 전반을 리밸런싱에 나선 만큼 앞으로 언제든 문제가 발생하는 계열사나 조직의 임원들은 바로 교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K그룹 내부 시각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최창원 의장을 앉힌 것은 전문경영인이 칼을 휘두를 경우 잡음이 많고 속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너가 전면에 나서면 직원들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고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연소 사장으로 승진했던 추형욱 SK E&S 사장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 역시 합병이 이뤄지면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반면 SK온으로 이석희 사장은 최태원 회장이 아끼는 만큼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 그동안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각 계열사별 자율경영이 이뤄졌지만, 방만경영에 따른 그룹에 위기가 생긴 만큼 내부를 컨트롤 할 핵심 재무라인도 구축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지주사인 SK㈜ 이성형 CFO(사장)가 그룹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 계열사들을 투자자산으로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해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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