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L&B, 제주소주 분할 결정…제조업 손떼나
"사업 전문성 제고"…신세계그룹 구조조정 연장선 분석도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7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L&B의 자체 주류 판매 전문점 '와인앤모어' 매장. (제공=신세계L&B)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한지 3년 만에 다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2016년 이마트로부터 인수돼 '푸른 밤'으로 국내 소주 시장에 도전했지만 5년 만에 철수했고 같은해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신세계L&B는 이번 사업 분리를 통해 각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선 제주소주의 분할이 정용진 회장의 계열사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L&B는 이달 20일 이사회를 통해 제주소주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물적분할로 인해 제주소주의 지분은 신세계L&B가 100% 보유한다. 신세계L&B는 내달 5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8월6일까지 회사 분할 절차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


제주소주는 2011년에 설립된 소주 제조업체로 곱들락, 산도롱 등 제품를 출시해 판매하던 업체다. 이마트는 2016년 190억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적극적인 투자로 제주를 대표하는 한류상품을 생산해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제주소주가 2017년 야심차게 내놓은 '푸른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이마트는 소주시장 철수와 함께 제주소주를 신세계L&B에 흡수합병시켰다.


제주소주는 2021년 8월 신세계L&B에 합병된 뒤 이듬해 동남아 주류업체 3곳과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을 맺고 과일소주를 생산해왔다. 지난해 9월 소주 신제품 '킹소주24'를 생산하기도 했지만 총 40만병 단기 생산에 그쳤다. 해당기간 신세계L&B의 제조사업부(제주소주) 매출은 2021년 0원 → 2022년 8억원 → 2023년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L&B는 이번 분할을 통해 각사의 사업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주소주는 향후 핵심사업에 집중투자하고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외부 투자유치, 지분 매각, 전략적 사업 제휴, 기술 협력 등 경쟁력 강화 및 재무 구조 개선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분할되는 회사(신세계L&B)는 주류 수입 전문업체로 제조업 중심인 신설회사(제주소주)와 영위하는 사업군이 다르다"며 "이번 분할은 자체 경쟁력 확보 및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 유치도 감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제주소주의 분할을 신세계그룹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최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의 '신상필벌' 기조 아래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대표와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는 등 쇄신책을 펴고 있다. 올해 4월 신세계건설에 이어 이달 G마켓과 SSG닷컴까지 대표가 교체됐다. CJ그룹과 협력을 통해 이커머스 자회사의 물류사업을 CJ대한통운에 위탁하는 등 사업 정리도 한창이다.


제주소주도 최근 몇 년간 단 한번도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했다. 신세계L&B 제조사업부의 영업손실은 2021년 7억원 → 2022년 15억원 → 2023년 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신세계L&B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도매사업부 영업이익(27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제조사업부의 경우 자산(149억원)보다 부채(211억원)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신세계L&B도 자체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인 'W비즈니스'팀을 해체하고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4월엔 '와인앤모어 뷰티' 상표권을 출원하고 화장품 개발 및 구상에 나섰다. 신세계L&B는 연내 자사 주류 전문 매장 '와인앤모어'에 와인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생산은 협력업체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장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신세계L&B의 제조 부문을 분할해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매입했던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만 따로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감가상각 및 손상차손 금액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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