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분사' 엔씨가 안은 과제
2002년 분사기업 엔씨에스티, 2년 만에 폐업…독자생존 우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18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택진(왼쪽부터)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3월 20일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엔씨소프트)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엔씨소프트가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동시에 품질보증(QA) 및 응용소프트웨어개발 사업부의 독자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회사가 게임 외 개발조직에 대한 분사를 예고한 가운데 노조 측에서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놓은 까닭이다.


26일 엔씨소프트 노조 관계자는 "권고사직을 진행하는 중에 분사를 예고하면서 내부에서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분사한 기업으로 배치되는 직원들의 노동환경이나 근로조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 차원에서 분사 반대 성명서 발표, 사옥 주변 현수막 설치 등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경영진의 판단으로 기업분할이 결정되는 만큼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와 노조 간 갈등의 핵심은 고용안정이다. 이 회사는 '즐거움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 확보에 주력해 왔고, 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강조해 온 덕목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로 개발자 몸값이 치솟았던 상황에서도 신규 프로젝트를 비롯해 IT 인프라 영역에서 인재 확보에 힘써왔다. 그 결과 전체 임직원 수는 ▲2020년 4224명 ▲2021년 4620명 ▲2022년 4789명 ▲2023년 5023명 순으로 연평균 5.9%씩 증가했다.


문제는 리니지 시리즈를 포함한 주력 게임들이 부진한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13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년 대비로는 75.4%나 급감한 수준으로 2011년(1357억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비용효율화를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 회사 박병무 공동대표도 지난 5월 전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회사 조직과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분사와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검토와 방안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내부에선 권고사직과 분사가 재무적 수치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며 대규모 조직개편에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앞선 노조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이 많이 늘어났는데,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리 권고사직과 분사 등을 진행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게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 내부에선 분사로 설립될 엔씨큐에이(QA)와 엔씨아이디에스(응용소프트웨어개발) 등 두 개 자회사가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노조 측에선 이번 분할로 엔씨소프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QA 조직을 포함한 IT플랫폼 전 인원이 조직개편의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의 전망대로라면 325명이 분사하게 된다. 325명의 지난해 총 급여는 401억원인 반면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넷마블의 아이지에스, 네시삼십삼분의 큐로드 등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353억원, 196억원이다. 서비스 품질 관리 대상과 위탁업무, 인력규모 등이 게임사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정량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비교기업의 매출 규모를 봤을 때 엔씨소프트의 자회사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엔씨소프트가 과거 기업분할을 통해 설립한 '엔씨에스티'가 출범 2년 만에 해산한 점도 내부 시스템 조직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다. 엔씨소프트는 2002년 3월 전자우편·인트라넷 등 그룹웨어 사업부문을 분할해 엔씨에스티를 설립했지만, 엔씨에스티는 사업부진으로 인해 2003년 11월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에스티는 엔씨소프트가 최초로 분사해 설립한 자회사"라며 "사업을 정리할 때 고위 임원들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직원단에서는 전환배치 등을 통해 내부로 흡수됐던 사례는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엔씨소프트가 비용 절감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 문제를 우려하는 상황이 이해된다"며 "모든 구조조정이 그렇듯 회사가 상황을 임직원들에게 납득시키는 게 관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여러 달에 걸쳐 미디어 설명회, 사내 직원 설명회, 실적 컨퍼런스 콜 등의 자리를 통해 회사의 체질 개선 방향과 분사 계획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바 있다"며 "신설회사는 해당 사업 부문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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