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발행 상장사
심텍, 적자전환에도 CB·BW 완판 이유는
반도체 업황 개선·사업다각화로 성장 기대감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09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심텍. (제공=심텍)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제조기업 심텍이 지난해 적자를 냈지만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성공하며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텍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향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IB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제4회 CB와 200억원 규모의 제5회차 BW를 발행했다. CB 전환가액은 3만276원이며 표면이자율 0%, 만기수익률 1% 조건이다.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은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26년 3월부터 행사가능하다. 매도청구권(Call Option) 행사는 1년 뒤인 2025년 3월부터 가능하다. 콜옵션 행사 범위는 발행가액의 33%까지다. BW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풋·콜 옵션 행사 조건도 CB와 동일하다. 


제4회차 CB 투자자는 산은캐피탈,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노앤파트너스 등이다. 제5회차 BW 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에이원자산운용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심텍의 제4회차 CB 발행에 다수의 기관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집 예정이던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요가 몰리며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심텍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B업계에서는 심텍이 표면이자율 0% 조건으로 1000억원이 넘는 메자닌 발행에 성공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통상 제로금리로 대규모 메자닌 발행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실적이 좋거나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는 등 소위 말해 핫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심텍은 오히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표면이자율 0%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CB를 발행한 기업을 살펴보면,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0억원 규모의 CB 발행에 성공했던 에스티팜은 신약의 미 FDA 승인을 앞둔 상태였고, 에코프로비엠은 4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할 당시 역대 최고 주가를 기록했다. 1715억원을 조달한 루닛은 '볼피라 헬스 테크놀로지'의 경영권 취득을 메자닌 발행 목적으로 제시했다.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성공적인 CB 발행이 이뤄진 셈이다.


반면 심텍은 지난해 매출 1조419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05억원 줄면서 적자로 전환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매출의 90% 이상이 반도체용 회로기판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감한 탓이다.


심텍은 실적 악화에도 CB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사업다각화를 꼽는다. 이번 CB발행 목적이 실적 하락을 메꾸기 위한 게 아니라 비메모리부문 생산능력(CAPA) 확대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투자인 만큼 CB 투자자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있어 매출 비중이 높은 메모리향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심텍은 이번 메자닌 발행으로 조달한 1200억원을 내년까지 비메모리부문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로 심텍의 매출이 연 2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텍 관계자는 "비메모리향 제품 생산 설비는 지난 2022년 신규 설립한 공장의 유후공간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쪽으로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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