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게임 업계 최대 관심사로 시프트업의 기업공개(IPO)가 떠오른 가운데 적정 밸류에이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주가수익비율(PER) 39.25배를 적용한 시프트업의 기업가치가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가 하면 반대쪽에선 피어그룹(비교대상그룹)과 비교할 때 이 회사의 성장성이 우위에 있는 만큼 적정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시프트업의 상장 공동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JP모간증권, NH투자증권은 비교대상기업으로 ▲스퀘어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일본 대형 게임 3사를 선정했다. 글로벌 게임사 191곳 중 시프트업과 재무적(시가총액 1조원 이상 10조원 이하 등), 사업적(콘솔게임 및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유사성 등을 비교한 결과 이들 3사를 비교기업으로 확보했다는 게 공동대표주관사 측의 설명이다.
공동대표주관사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스퀘어에닉스(40.66배), 사이버에이전트(41.33배), 카도카와(35.75배) 등 3곳의 PER 평균 39.25배를 도출했다. 이를 적용한 시프트업의 주당 평가액은 7만421원이다. 여기에 최근 5개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할인율 14.80~33.26%를 적용했고, 기관 수요예측에 나설 희망 공모가 밴드를 4만7000~6만원으로 확정했다. 해당 범위로 상장 후 시프트업의 시가총액을 계상하면 2조7926억~3조5647억원이다. 시프트업이 희망공모가 최상단으로 상장할 경우 24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12조5748억원), 넷마블(5조5354억원), 엔씨소프트(4조6652억원) 이어 국내 4위 규모 게임사가 된다.
쟁점은 39.25배에 달하는 배율을 도출한 비교집단기업의 적정성이다. 국내외 게임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조 단위 몸값을 책정하기 위해 해외 대형 게임사를 비교대상기업으로 선별한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는 비교대상기업 3사의 사업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비교대상기업 가운데 PER, 매출이 가장 큰 사이버에이전트는 일본 내 최대 인터넷 광고사업자로 언급되는 데다 자회사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를 두고 투자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광고 52.51% ▲게임 24.52% ▲미디어 18.94% ▲기타 3.54%였다. 스퀘어에닉스 또한 타이토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게임센터를 운영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카도카와 역시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 웹소설·애니메이션·영화를 비롯해 일본 최대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 등을 통한 플랫폼 사업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국내 게임사의 PER 멀티플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동대표주관사가 제시한 방법대로, 최근 4개 분기(2023년 2분기~2024년 1분기) 기준 크래프톤, 엔씨소프트의 PER 멀티플을 계상하면 각각 17.89배, 25.58배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실적은 물론 IP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비교대상기업들이 게임만 아니라 콘텐츠 사업 전 영역에서 IP를 가지고 있는 반면 시프트업이 게임 IP 3종(데스티니 차일드, 승리의 여신: 니케, 스텔라 블레이드)만 보유하고 있는 점도 고밸류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대가치 평가방법의 특성상 사업 유사성, 재무 유사성 및 일반요건 등 측면에서 완전히 동일한 비교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상장 과정에서 전적으로 같은 기업이 상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 구조, 매출 비중, 사업 계획 및 전망 등 요건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프트업의 성장 흐름이 비교기업과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는 만큼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뤄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시프트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5.2% 증가한 반면 스퀘어에닉스(-12.2%), 사이버에이전트(-13.2%), 카도카와(-26.2%) 비교대상기업 3사는 모두 지난해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사업과 관련해서는 시프트업의 매출 성장률이 다른 기업을 월등히 뛰어 넘는 수준이다"며 "비교 멀티플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프트업의 IPO 이후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연이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IPO의 흥행 여부가 경직된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완화시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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