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00년 기업의 조건
하이트진로 100주년…경영자 판단·남다른 마케팅·직원 충성심 '삼박자'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4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제공=하이트진로)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경영자들이 장수기업을 향한 의지를 다질 때 상징성을 담아 '100년 기업'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하지만 규모를 막론하고 100년 이상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드물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와 소비자들의 요구 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가운데 올해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하이트진로가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100년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이트진로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4년 설립한 소주회사 진천양주상회(진로)와 1933년 탄생한 조선맥주(하이트맥주)가 전신이다.


이 회사가 100년이라는 세월을 꼿꼿이 지킬 수 있었던 동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과 남다른 마케팅 전략, 그리고 기업에 대한 직원의 충성심 등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특히 박문덕 현 하이트진로 회장이 2005년 법정관리 중이던 진로를 전격 인수하며 종합주류기업으로 발돋움한 부분은 경영자의 선견지명과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국내 소주시장 1위 기업이었던 진로 인수전에는 CJ와 두산, 롯데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전하며 가장 덩치가 작았던 하이트진로의 최종 인수를 점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소주시장 진출을 기업의 사운이 걸린 명제로 인식하고 3조4000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인수금액을 써내며 결국 진로를 품에 안았다. 이는 '목표점을 세우면 전력투구한다'는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십분 발휘된 사례로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진로 인수를 기점으로 하이트진로는 반쪽 짜리 주류회사가 아닌 소주까지 영역을 넓히며 국내 주류시장의 독보적인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었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시장의 65%, 맥주시장의 35% 가량을 선점하며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하이트진로가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고 생존할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이었다. 하이트진로는 체계화된 데이터가 없던 시절부터 주류업계 최초로 병뚜껑을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파악하고 영업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처음 시도했다.   


1990년대에도 두산그룹이 '그린' 소주로 턱 밑까지 쫓아오자 당시 25도가 주류였던 소주시장에 파격적인 23도의 순한 소주 '참이슬'을 내놓으며 추격의 고리를 뿌리칠 수 있었다. 최근에도 MZ세대들을 겨냥한 캐릭터샵(두껍상회) 등을 선보이는 등 한 발 앞선 마케팅 전략으로 견고한 시장 수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남다른 직원 충성도 역시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였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근무여건이 보장된 회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이 하이트진로다.


실제 작년 말 기준 하이트진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6년11개월이었다. 상장 식품기업들의 평균이 10년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도 가장 긴 근속 연수를 자랑한다. 특히 전체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직원 비율이 96%에 달해 안정적인 고용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에 더해 직원 1인 평균 급여액도 1억1365만원에 달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꿈의 직장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100년 기업의 위업을 완성하려면 단순히 경영자만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는 쉽지 않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하며 그 안에서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과 헌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0년 기업을 부르짖지만 지속된 경영실적 부진과 직원들이 사기가 떨어지며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에 분야를 떠나 하이트진로처럼 지속가능했던 성장 모델이 좋은 학습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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