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전통 IB(투자은행) 강화에 나선 하나증권이 일반 회사채(SB) 인수를 통해 구축한 발행사와의 파트너십을 발판 삼아 대표주관 실적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순위도 정했다. 올해 부채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서 인수 실적 8위권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국내 대표 발행사들의 회사채 인수사 명단에 속속 이름을 올리며 연초부터 성과를 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CM 경쟁력 '쑥쑥'…회사채 인수 실적 급증
23일 딜사이트 데이터센터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올해 4월 회사채 인수 실적은 3655억원, 인수 순위는 6위로 집계됐다. 전년동기(460억원) 대비 794.6% 증가한 결과다. 인수 순위도 일곱 계단(12위→6위) 상승했다. 올해 1분기(1·2·3월)에도 9770억원의 회사채 인수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동기(4375억원) 대비 123.3% 늘었다.
연간 단위로도 인수 실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에 하나증권은 1조6320억원의 인수실적을 내며 12위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2조657억원의 실적 기록하며 9위 자리에 올랐다.
이같은 회사채 인수 부문 호실적 성과는 하나증권의 큰그림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은 회사채 인수단에 합류해 발행사와의 스킨십을 늘린 후 향후 (대표)주관사 자리를 꿰차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서다. 통상 기업금융의 기본이 되는 회사채 주관사단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인수단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수단에서 세일즈 능력을 보여주거나 영업에 기여하는 성과를 보이면, 향후 주관사단으로 합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올해 DCM 사업부문 리그테이블에서 인수 실적 8위를 목표로 잡고 있다"며 "회사채 인수단 합류를 통해 발행사와 탄탄하게 레코드를 쌓아 향후 상위권 대표주관사 지위를 얻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 하나증권은 적극적인 인수단 합류 영업을 통해 주관 실적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 ▲GS에너지(467억원) ▲롯데쇼핑(419억원) ▲현대건설(500억원) ▲현대백화점(500억원) 등의 대표 주관을 맡으며 관련 실적 1886억원을 냈다. 전체 증권사 중 10위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가 시작되는 4월에도 ▲GS파워(330억원) ▲KB증권(1000억원) ▲롯데쇼핑(833억원) ▲롯데하이마트(250억원) ▲삼양식품(500억원) 등의 대표주관을 맡으며 2913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았다. 주관 순위는 1분기 보다 두 계단 상승한 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나증권의 주관 실적이 713억원, 주관 순위 16위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성장한 셈이다. 아직 2024년 상반기 이전 성과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실적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하나증권은 DCM 영업에 적극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오히려 금융지주사 산하 증권사 가운데 DCM 등 전통IB 사업부문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사업 분야에 집중했던 영향이다.
하지만 하나증권은 올해부터 사업 전략을 180도 바꿨다. 전통IB 강화를 올해 최대 목표로 삼으면서다. 부동산 위주의 IB에서 DCM 등 전통 IB로 핵심 축을 이전한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는 등 실적에 큰 타격을 입자, 올해는 부동산 외 IB부문을 보완해 균형을 찾기 위함이다.
하나증권은 전통IB 사업 부문 중 특히 DCM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회사채 비즈니스로 맺어진 발행사와의 인연은 향후 여러 갈래의 사업으로 연결되기 쉬워서다. 향후 회사채 주관을 넘어 유상증자 및 인수합병(M&A) 자문,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주관 등의 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 은행과 협업 영업 강화, 기업금융 조직 확대
하나증권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근 DCM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특히 하나증권과 같이 이제 막 드라이브를 거는 증권사들에 우호적인 사업 무대는 아니었다. 최근 기존 강자들도 숱하게 고배를 마시고 매 분기 순위 변동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서다.
설상가상으로 하나증권은 전장에서 싸울 인력도 넉넉하지 못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삼성증권만 봐도 DCM 인력이 30명이 훌쩍 넘는 데 반해 하나증권은 고작 9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이 소수의 인원으로 단기간 내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은행과의 '협업 영업' 덕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에 있는 각 지점장과 RM(Relationship Managemet)팀장이 하나증권의 주요 영업 파트너로서 하나증권의 인수 및 주관 딜을 위해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올해 조직 개편 효과도 톡톡히 봤다. 하나증권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금융본부를 재정비했다. 지난해까지 기업금융실 한 곳에서만 하던 업무를 올해부턴 기업금융 1·2·3실 체제로 확대해 전문성을 키웠다. 또 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 커버리지 부문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김현호 상무를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영입한 것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성과를 내는데 역할을 했다.
최근 하나증권은 이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의 경우 총 7명의 인력이 새로 투입됐다. DCM 강화를 위해 RM 2명, 신디케이션 부서 2명이 영입됐다. 또 구조화금융 부문 2명, 에쿼티(Equity) 부문 1명이 하나증권의 원활한 전통IB 구축을 위해 하나증권에 발을 들였다. 하나증권은 연말까지 지속해서 인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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