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Q 버틴 제약업계,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의료 공백 장기화 전망…새 환경 맞는 영업전략 수립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08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오래 전부터 제약업계에서는 '제약(製藥)산업은 제약(制約)이 많은 산업이다'는 말이 있다. 의약품 허가는 물론 그 가격까지 정부에서 정하는 만큼 국가 정책이나 의료계 상황 등 외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지난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시작된 의료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사직을 결의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 자리를 메우던 교수들도 점차 지쳐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1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의료 공백에 따른 제약사들의 실적 하락을 예상했다. 특히 수술 감소 영향으로 마취제, 수액제 및 항암제 등을 주력품목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의 대규모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몇몇 회사를 제외한 주요 제약사들의 1분기 매출은 양호했다. 신제품 출시 및 타 회사와의 공동판매(코프로모션) 등의 전략이 성과를 거두며 몸집 키우기에 성공했다. 다만 외형 성장이 수익 개선까지 이어진 곳은 한미약품, 보령, HK이노엔, JW중외제약 등에 불과하다. 


업계에는 앞으로가 진짜 위기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한 발의 양보도 없이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그 빈자리를 메우던 대학병원 교수들에게도 과부하가 걸리며 사직 및 휴진 사태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수도 적잖을 전망이다. 특히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 전공의들의 복귀 비율은 더 낮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그간 과도했던 전공의 연속근무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병원 여건에 따라 24시간에서 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공의들의 빈자리가 커질수록 대학병원 진료가 줄어드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제약사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이 줄어드는 만큼 의약품과 의료기기 사용이 감소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3월2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운영하는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기간'도 제약사들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영업활동이 막히면서 판매비와 관리비는 줄겠지만, 매출 감소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제약업계는 물론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대변혁을 맞이할 가능성을 게 점치고 있다. 제약사들의 경영 및 마케팅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파이가 정해진 국내시장에 치중하기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방안도 좋은 전략이다. 또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만큼 회사 스스로 공정거래 자율준수제도(CP)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더불어 기존 영업방식을 넘어 다른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겠지만 제약업계가 슬기롭게 난국을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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