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정밀기계 '발등에 불' 진화 나선 한화에어로
현금성자산 662억인데 연내 1200억 규모 차입금 만기도래
이성수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 (제공=한화정밀기계)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에 1700억원을 출자한다. 출자 목적은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공정 설비 사업 확대를 위한 유상증자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금 상환을 지원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가 현금성자산의 두 배에 달하는 차입을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까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정밀기계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보통주 106만4302주이며, 주당 액면가는 5000원이다. 주주 배정 방식으로 27일 청약이 진행된다.


한화정밀기계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을 반도체 공정 설비 사업 확대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투자보다 급한 사안은 차입 부담 완화다.


한화정밀기계의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822%로 1년 전 244% 대비 무려 57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부채총액이 지난해 말 기준 3776억원으로 1년 전 대비 51%(약 1285억원) 늘어난 반면, 자본은 1110억원에서 459억원으로 59%(약 651억원) 감소한 탓이다. 아울러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6억원 증가했고, 이중 회사가 유동성 위험으로 분류한 채무가 1197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한화정밀기계가 자체적으로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보유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2억원에 불과하고, 이익잉여금도 82억원에 불과한 까닭이다. 즉 보유 자금도 부족한데 외부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모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손을 벌리게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정밀기계는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명기된 그대로이며 상환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연초 ㈜한화 모멘텀 부문의 반도체 전공정 사업 인수를 완료한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자금 조달 목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한화정밀기계는 지난해 적자 전환 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줄어든 3904억원, 영업손실은 443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2023년 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한화정밀기계의 적자에 대해 "중국발 수요 위축 등 익스포저(Exposure)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저점을 찍고 올해는 실적 회복 구간이라는 게 내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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