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의 씁쓸한 마케팅
혜택 축소하면서도 고객 유지 사활…저비용 마케팅도 고민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8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잘 쓰지 않는 카드가 많아 얼마 전 정리에 들어갔다.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번거로운 해지 절차를 차례로 밟고 마지막으로 카드사와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데 직원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고객님, 저희가 지금 3만원 캐시백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혜택까지만 받아보시고 해지하는 건 어떨까요." 


머릿속 계산기가 연회비를 내도 이득이라는 결괏값을 제시했으나 그냥 해지하겠다고 했다. 성격상 이번에 해지하지 못하면 또 어영부영 몇 년을 연회비만 낼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잘했다고 되뇌는데 한편으로 차별받았다는 생각에 찝찝한 기분도 들었다. 누군가는 받았을 혜택을 나는 알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썩 유쾌하지 않았다.


찝찝함은 한 카드사 관계자를 만나고 바로 풀렸다. 카드사 사정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장점유율 때문이었다. 이미 포화상태의 국내 카드시장에서 떠나는 고객을 붙잡지 못하면 경쟁사에 뺏기고,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이 미치는 만큼 고객을 그냥 떠나게 둘 수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카드사에 있어 고객 기반, 즉 시장점유율은 곧 회사 경쟁력으로도 직결된다. 당장 카드 고객이 많아야 카드대출, 할부금융 확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데이터 신사업 기반도 다질 수 있다. 시장점유율은 업계 위상을 대변하는 만큼 특정 기업과 PLCC(상업자 표시 전용카드)를 출시할 때 비용 분담 등에도 영향을 준다. 


시장점유율이 늘리기는 어려워도 한 번 떨어지면 제자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카드업계 공통의 경험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벌써 수십 년째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면서 몸소 깨달았다. 한 번 뒤처지면 어디까지 내려갈지 알 수 없다는 걸.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요즘은 수천억원을 써도 점유율 1% 늘릴까 말까"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금리 환경 속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고객 혜택을 줄이고 있어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한 번 줄어든 무이자 할부 혜택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카드를 해지할 때처럼 특정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차별적으로 제공된다면 고객을 붙들 명분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시장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카드사들은 이제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고객 유치와 충성고객 확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가입 사은품을 주는 등 비용을 많이 들이는 방법이 고객 모으기에 효과적이겠지만 한 때 폭풍적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카드처럼 획기적 방안이나 상품도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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