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폭탄' 저축銀, 작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
2014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년만 최대 적자…중형사 M&A설 확산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4일 15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약 10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고금리 환경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이라는 악재에 더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성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다.


올해 역시 충당금 추가 적립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실적 악화를 견디기 어려운 중형급 저축은행들의 M&A(인수합병)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당기순손실은 작년 3분기 누적액과 비교해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발표됐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손실액이 141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600억원 수준의 연간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발생했던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저축은행 업계는 2014년 상반기 결산연도 기준(2013년 7월~2014년 6월) 505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개별 저축은행별로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다. 상위 대형 저축은행(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중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곳은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등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발생은 이미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조달비용 확대 부담이 이어진데다 경기침에에 따른 연체율 증가도 지속되면서 발생한 실적 악화가 개선되지 않으면서다. 저축은행 누적 영업실적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적자(-962억원)로 돌아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예금이자 부담이 2배 이상 늘고 대출 상환이 안되면서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분기 만에 이처럼 적자가 폭증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추가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PF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강화가 대폭 강화되면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저축은행에 기존 토지담보대출(브리지론)에 대해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급을 적립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전액손실로 보고 충당금을 맞추라는 의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전체 브리지론 규모는 약 1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해말까지 약 3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지주 및 은행계 저축은행(신한저축은행·KB저축은행·우리금융저축은행·하나저축은행·NH저축은행·IBK저축은행·BNK저축은행)들의 충당금 적립규모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8개사의 지난해 누적 적자 규모 총액은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저축은행업계 전체 적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셈이다. 



저축은행별로는 KB저축은행이 9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이 491억원, 하나저축은행이 132억원, NH저축은행이 562억원, IBK저축은행이 2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중 KB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약 83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신한저축은행은 299억원의 흑자가 발생했지만 전년대비 약 22% 감소했다. BNK저축은행은 31억원으로 전년대비 가까스로 흑자전환했다.


충당금으로 적자 규모는 급증했지만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은 지속적으로 견고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평균은 14.14%를 기록했다. 전분기 13.62% 대비 0.52%포인트 개선된 수치다.


금융당국의 BIS 권고기준인 9~10%를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개별 저축은행별로도 9%대를 기록한 CK저축은행(9.76%), 대아상호저축은행(9.34%)을 제외하면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모두 10% 이상을 유지했다. 


다만 문제는 더욱 커지는 충당금 부담이다.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충당금을 추가로 더 쌓게 되면 더 이상 적자폭 확대를 감당하기 힘든 저축은행들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현재 '양호(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통(요주의)·악화우려(고정이하)' 3단계로 분류된 PF사업장 평가 기준을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4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악화우려에서 회수의문으로 평가가 강등될 시 충당금 적립 비율이 30%에서 75%로 늘어나게 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늦어도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업계 내부에서는 M&A를 통한 구조조정설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중간 규모의 저축은행들이 금융지주 등을 통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높다. 자산 규모가 큰 대형저축은행들은 그나마 버틸 체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외 저축은행들은 적자폭 확대가 더 이상 지속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 1조원 미만인 저축은행은 전체 79개 중 47개에 이른다. 중·소형 저축은행을 가르는 기준은 없지만 보통 자산 규모 3000억원 미만인 경우 소형 저축은행으로 보기도 한다. 20개 저축은행이 이에 해당된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아주 작은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여유 있는 개인이 소유한 기업이라 영업중단이 이어져도 오히려 타격이 크지 않다"며 "자산 규모 기준으로 업계의 허리 수준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들이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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