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세대교체
'정통 교보맨' 조대규 내정자, 지주사 전환 이끌까
하반기 추진 목표, 2대주주 어피니티와 갈등 봉합 선결과제…신창재 회장 신임 두터워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16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이사 내정자. (제공=교보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교보생명의 최고경영자(CEO) '연임 불가' 관례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편정범 대표이사는 3월 말 물러나고 조대규 부사장이 새로 취임해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회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이끈다.


조 내정자의 최대 과제로는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 봉합이 꼽힌다.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데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교보생명은 지난 5일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경영기획실장 겸 인력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조 부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조 내정자는 22일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신 회장은 장기 전략과 기획, 자산운용을 담당하고 조 내정자는 보험사업 담당을 맡을 것이라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 물러난다.


임추위 관계자는 조 내정자 추천 이유에 대해 "보험사업에서 다양한 경험과 함께 경영기획실장으로서 디지털 전환을 비롯한 회사의 미래 전략사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며 "적극적 소통 역량과 공감 리더십, 혁신 실행력 등 최고경영자로서 품성과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지주사 전환 과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신 회장의 숙원으로 꼽히는데 조 내정자가 이를 이끌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조 내정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마련, 어피니티컨소시엄과 협상안 제시, 기업공개(IPO) 추진 등 지주사 전환을 위한 핵심 업무를 맡아왔다.


진작부터 신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앞서 2021년 교보생명이 어피너티컨소시엄, 딜로이트안진을 고발해 재판이 열렸을 때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 내정자는 취임 뒤 무엇보다 재무적투자자(FI)이자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갈등을 봉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을 설득하지 못하면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요 안건을 처리하는 데서부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인적분할을 진행해 지주사를 설립하고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적분할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금융위원회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 등 절차도 거쳐야 한다. 더욱이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사이 갈등 해소는 신 회장의 경영권과도 연결돼 있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사이 갈등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은 2012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0%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넘어가고 경영권이 흔들릴 상황에 놓이자 어피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계약을 맺고 경영권을 방어했다. 풋옵션 내용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못 하면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것이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앞서 2018년 풋옵션을 행사했고 현재 교보생명과 풋옵션 가격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이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관계를 풀지 못하면 신 회장도 풋옵션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그러면 1조~2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면 신 회장은 본인과 특수 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일부를 팔 수밖에 없어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교보생명 지분 36.91%를 들고 있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BPEA EQT 등으로 구성됐다.


교보생명의 실적 확대도 조 내정자의 과제로 여겨진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전년보다 46.3% 증가한 489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한화생명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6163억원을 올렸다.


조 내정자는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사범대와 상명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교보생명에 1989년 입사해 영업 현장을 담당하는 FP본부장, 계성원장(연수원장), 영업교육팀장, 전략기획담당을 거쳐 2019년부터 경영기획실장 겸 인력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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