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아나 '임원 승진잔치'가 주는 씁쓸함
직원들 승진·성과 보상은 유독 박해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8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아시아나항공)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이 드디어 끝을 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으로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내고, 유럽 경쟁당국이 요구한 선행조건을 이행해 물리적 결합을 완수한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국내 양대 항공사의 통합 작업은 약 4년 만에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2020년 11월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곧바로 인수합병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해외 경쟁당국을 담당할 법무법인을 지정했다. 이 과정에 쓰인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임원 인사는 최소화로 이뤄졌다. M&A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 초 단행한 임원인사에서는 전년(2명)보다 11배 늘어난 22명이 승진했으나, 3년 간 미뤘던 성과 보상 차원의 의미가 컸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피인수기업인 만큼 대한항공과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손발이 묶인 만큼 세간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M&A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산업은행의 간섭은 이전보다 느슨해졌다. 대한항공 역시 지분 취득이 이뤄지지 않은 터라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은 매년 두 자릿수의 승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나름대로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수긍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합병을 코앞에 두고 있는 데다 일반 직원들의 승진과 보상에는 유독 냉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달 말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가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일자로 원유석 대표이사의 사장 승진을 포함해 총 10명의 임원을 '레벨 업'시켰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에어서울 총 4개 자회사는 모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문제는 원 사장이 3년 연속 승진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는 2022년 전무에 올랐으며 2023년 부사장을 달았다. 이 같은 고속 승진은 비단 원 사장뿐이 아니다. 2022년 전무에 오른 두성국 전무는 2년 만에 부사장 승진과 함께 에어부산 대표로 영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임원 승진이 보수적으로 진행돼 온 그간의 역사를 고려하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경우 2021년부터 기존 안병석 대표이사와 조진만 대표이사 체제 아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회복을 일궈냈다. 갑작스럽게 수장을 교체했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시장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직원들과 과실(果實)을 나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축소에도 407%라는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보다 앞서 기본급의 100%를 안전장려금으로 주기도 했다. 아울러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한 2022년 기준 총 임금 10% 인상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3.5% 인상을 확정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성과급은커녕 기본급이 2019년부터 3년 간 동결되다 2022년에서야 2.5%의 최소 인상률로 임금을 올렸다. 임금과 성과급 모두 채권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줄 수 없다는 게 이 회사 측의 해명이다. 모기업 눈치를 보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는 동안 업무 강도는 계속해서 높아졌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서다. 실제 2019년 말과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미등기 임원 수는 37명으로 동일하지만, 일반 직원 숫자는 1000명 넘게 줄었다.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재무위기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던 만큼 '만년 대리'와 '만년 과장'도 이 회사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물론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희생해 온 임원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욕심을 채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씁쓸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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