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곳간지기' 박기태 CFO 중용 '주목'
현대정공 입사 재무통…11조원 투자 지원 등 재무건전성 강화 임무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6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 용인연구소 전경. (제공=현대모비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모비스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부 출신인 박기태 전무를 발탁했다. 업계에서는 6년 간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을 맡아온 배형근 사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고 보고 있다. 


주주환원과 미래투자를 위해 재무관리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하는 상황인 데다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정통 모비스맨' 박기태 전무, 8년만의 내부 CFO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내달 20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박기태 전무를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기존 CFO였던 배 사장이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이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로 영전, 공석이 발생한 영향이다. 통상 현대모비스는 오너일가와 대표이사, 재경부문장으로 사내이사를 구성해 왔다.


1968년생의 박 전무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시립대 세무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으로 입사한 그는 세무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IR팀장, 미국 앨라배마 법인 CFO, 세무팀장, 회계관리실장 등을 재무 부문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재무통'이다. 특히 그는 그룹사 파견 경험이 전무하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정통 모비스맨'을 CFO에 앉힌 것이 최병철 현대차증권 고문 이후 처음이다. 최 고문은 1987년 현대정공 경리부로 입사해 2016년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맡기까지 약 30년 간 현대모비스에서만 근무한 바 있다. 이른바 '현대정공 경리과'로 불리던 현대모비스 재경본부 출신들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현대차그룹 재무라인을 장악했었다. 사실상 재무 전문가 양성소 격이었던 만큼 현대모비스 재경본부 출신들은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CFO를 거쳐 대표이사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최 고문 이후 약 7년 동안 그룹사 맏형인 현대차가 내려 보내는 CFO를 맞았다. 정의선 회장 체제로의 전환이 가팔라지면서 현대차 출신들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각 계열사 간 일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예컨대 박 전무 전임자인 배 사장은 1990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로 입사해 그룹 재경업무를 담당했으며, 현대모비스로 이동하기 전까지 현대차 기획전략실 사업부장을 맡았다. 한용빈 현대차 기획조정3실장(부사장)의 경우 현대차 경영기획1팀장과 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본부장을 거쳤다.


◆11조 투자 계획 지원·여유 자금 확대 과제…무디스 'A등급' 유지도


박 전무가 일찍이 현대모비스의 현금 곳간을 관리해 온 만큼 CFO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FO 교체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가 밝힌 최대 11조원 규모의 미래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미래성장 투자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을 담은 '2024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전동화와 핵심부품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부 투자 비용 6조~7조원 ▲자율주행,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및 소프트웨어 등 외부 투자 3조~4조원 최대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공=현대모비스 제공)

내부 투자 비용은 글로벌 전동화 부품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전년보다 1조원 가량 증액됐다. 이 같은 투자는 핵심 부품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글로벌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수주를 확대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일환이다. 


현대모비스는 경기 침체와 위기 대응을 위한 안전 현금 5조원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및 해외 생산거점 투자로 가용 현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작년 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 자산(기타 금융자산 제외)이 5조794억원으로 목표치를 맞춘 상태다. 박 전무는 해당 계정의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현대모비스가 주주친화 기조를 강화 중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여윳돈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배당성향을 20~30%로 맞추고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나아가 1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도 추진하고 있다.


박 전무는 'A급'으로 상향된 글로벌 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할 것으로도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일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로 상향했으며,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대규모 글로벌 사업과 안정적인 애프터서비스(AS) 사업으로 이익 창출이 견조한 데다 재무 건전성을 구축했다고 평가해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 재경부문 전반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쌓아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왔다"며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 상황에서 국내외에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비전을 실행해 나가는데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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