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공모조달 순항…'AA급 한정' 양극화도
유안타·한화·현대차 등 중소형사까지 투심 확산…'A급' 증권사, CP시장 전전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17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올해 초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의 '오버 발행'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증권채 투심 위축 우려가 높았지만, 회사채 강세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의 공모조달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으면서 기관의 연초 매수세가 거세진 영향이다.


다만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우량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사 위주로 공모조달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 내 온도 차가 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신용등급 AA0)은 전날 총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551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았다. 2년물 500억원, 3년물 1000억원으로 만기를 나눈 한국투자증권은 2년물에서 5330억원, 3년물에서 1조180억원의 주문을 각각 받았다. 낙찰금리도 개별민평금리를 크게 밑돌았다. 2년물과 3년물 모두 -15bp(1bp=0.01%포인트)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이날 수요예측 결과는 불과 4개월 전 한국투자증권의 공모채 가산금리가 크게 뛰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에도 2년물·3년물로 만기를 나눠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개별민평금리 대비 2년물 +26bp, 3년물 +29bp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한국투자증권에 앞서 이달 공모채 시장에 나선 증권사들도 줄줄이 뭉칫돈을 끌어모으면서 수요예측을 흥행으로 마쳤다. 지난 6일 유안타증권(AA-)은 1500억원 모집에 나서 466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고, 현대차증권(AA-)은 모집액 1000억원 대비 660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이어 한화투자증권(AA-)도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 422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았다.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모든 만기에서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언더 금리'에서 모집 물량이 완판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 첫 공모조달에 나선 미래에셋증권(AA0)이 개별민평금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에서 간신히 모집액을 채워, 증권사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경계감이 감지됐다. 태영건설이 연초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건설사·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여파였다.


그러나 태영건설 사태가 워크아웃 개시 이후 안정세를 보인 데다가 지난달 삼성증권(AA+), KB증권(AA+), NH투자증권(AA+) 등 그룹 지원여력이 높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우호적인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증권채에 대한 시장의 냉기가 점차 풀리고 있는 모습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초대형 증권사 사이에서 투심이 엇갈린 것은 부동산 PF 부실 확산 시 그룹 내 지원가능성 여부에 따른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탓에 다른 계열사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투심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 마찬가지로 증권계 금융그룹 소속이지만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증권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투심이 완연히 회복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까지 공모조달에 나선 증권사들이 모두 'AA급 이상' 우량등급을 보유한 증권사로, A등급 이하 증권사들과의 양극화가 벌어진 모습이다. A급 증권사들은 BNK투자증권, DB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부국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다. 이들 증권사는 공모채 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기업어음(CP) 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AA급 증권사 중에서도 키움증권(AA-)은 지난해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흥행을 거둔 바 있지만, 주가조작 세력 연루 등의 부정적인 이슈에 휩싸이면서 올해는 공모조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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