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투자를 위한 투자' 지양해야...PE 본질 '경영권인수' 집중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3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픽사베이)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어떤 일을 시작 할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 중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해라'다. 본인이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하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일도 본궤도에 오른다는 의미 있고 현실적인 조언이다.


결이 비슷하지만 난이도가 낮은 일들을 먼저 경험하며 천천히 영역을 넓히라는 조언을 듣기도 한다. 무턱대고 덤비기보다 비슷한 분야를 경험하며 그 환경에 익숙해지라는 말이다. 다만 여기서는 큰 성공을 기대하긴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경쟁자가 많은 법이다.


비슷한 듯 다르지만 두 조언 모두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해야 하는 일'을 잊어선 안 된다. 할 수 있는 일이나 쉬운 일만 하다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다면 성공은 멀어진다. 심한 경우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소수지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진 반면 기업 밸류에이션은 떨어지지 않으며 이 같은 사례가 많아졌다. 자금운용에 제한이 걸렸다며 메자닌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곳도 있다.


대부분이 투자 사례가 적은 신생 및 소형 하우스들이지만 최근에는 중·대형 하우스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써야 하는 바이아웃(경영권인수)에서 적은 자금 집행도 가능한 소수지분 투자로 눈을 돌렸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형식의 투자는 하우스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펀드별로 별도의 조항을 두지 않는 이상 투자 방식에 대한 제약은 없다. 다만 상황이 나아졌을 때 PE가 '해야 하는 일'인 바이아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자기간에 쫓기거나 수익률 제고에 급급해 본질까지 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PE 투자 대부분은 경영참여를 전제로 이뤄져 회사경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소수지분만 인수해도 회사 이사회에 인원을 파견하는 등 경영에 일정부분 간섭을 한다. 하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다. PE 하우스의 진정한 투자 역량을 바이아웃에서 찾는 출자자(LP)들이 있다.


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한 뒤 성장을 도모해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투자사 전반의 역할이라면, 경영권을 인수해 회사를 운영 및 성장시키는 일은 PE의 주된 역할이다. 특히 회사 오너가 개인일 경우 이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개인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오너의 대부분은 개인이다.


회사 성장이 정체된 이후부터는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 바이아웃을 주력으로 삼는 PE 대부분은 뛰어난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풀(Pool)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를 인수한 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이유이며 PE들이 그간 다양한 회사를 인수하고 성장시켜온 비결이다.


실제로 개인 오너로부터 PE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급격한 성장이나 정상화를 이룬 회사가 적지 않다. UCK가 인수하고 성장시킨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치',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정상화에 성공한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 등이 최근 나온 개인→PE 경영권 이전 사례이자 PE가 '해야 하는 일'의 순기능을 잘 보여준 예시다.


PE도 회사다. 딸린 식솔이 많기 때문에 수익률을 제고하고 새로운 펀드를 결성해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그저 PE들이 투자기간에 쫓겨 혹은 단기 수익만 추구해 '해야 하는 일'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자금난을 겪는 회사가 다수 나온다는 전망이 많다. 바이아웃 투자로 많은 회사가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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