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컨콜 쓴소리에 "변화된 모습 보일 것"
신작 글로벌 출시, 연내 M&A 통해 실적 만회 약속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9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연구개발(R&D) 센터. (제공=엔씨소프트)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정부에서 대한민국 상장사들의 벨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엔씨소프트는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 김택진 대표가 최악의 실적에도 128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아가고, 게임별 매출을 감추고, 신규 사옥 건립에 5800억원을 쓰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 대답해달라"(베어링자산운용 문준기 연구원)


7일 진행된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리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연매출이 1조원대로 역성장하고 영업이익도 70% 넘게 급감하면서 주식도 1년 만에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대형 신작 부재가 장기간 이어졌고, 캐시카우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감소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컨콜에서 이에 대한 회사의 대응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진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4377억원의 매출과 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1% 줄었고, 영업이익은 91.9% 감소한 금액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8% 줄어든 1조7798억원, 영업이익은 75.4% 감소한 1373억원을 거뒀다.


기대 이하의 실적이 나온 것은 PC 신작인 쓰론앤리버티(TL)의 부진이다. 국내 출시 이후 여러 지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고, 이에 대해 컨콜 첫 질문부터 TL 부진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에서는 관련 사안에 대해 적극 인지하고 있으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TL이 해외에서 새로운 지표를 창출하는 게 실적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만큼 서구권 유저들을 대상으로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TL의 부진에 대해 "콘텐츠 난이도와 조작 편의성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PV 콘텐츠를 도입하다 보니 관련된 밸런스 이슈로 인해 초반 리텐션(잔존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TL팀이 유저들의 요구사항에 빠르게 반응하면서 콘텐츠를 개선하고 여러 가지 최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리텐션 지표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출시를 통해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TL의 글로벌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마존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상 글로벌 경쟁작들을 고려해 최적의 시기를 아마존에서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홍 CFO는 "아마존에서 '커밍순(Coming soon)'을 알리고 있고 대규모 유저 테스트도 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에서 글로벌 유저들과 직접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컨콜에서는 최근 엔씨소프트의 경영 행보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지만 신작 게임 출시 일정은 밀리고 그나마 내놓은 신작은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52주 신고가는 지난해 2월 8일 47만8000원이었으나 현재 2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IT 관련주의 주가가 극에 달했던 2021년 1월 104만원에 비하면 현재 주가는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도하라는 리포트를 냈고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마저 대부분 목표 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이에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연구원은 "대한민국 상장사가 밸류업 프로그램 대응을 위해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상황에서 엔씨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며 "회사에서 전사적으로 노력한다고 하지만 기업설명(IR) 자료를 보면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이번 IR 자료부터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적이 창피하다고 해도 이를 숨기는 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사들이 실적이 악화되거나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경우 무보수로 일하는 대신 주주배당만 받아가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거나 액면분할, 무상증자,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친화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문 연구원은 "김택진 대표가 실적 부진에도 128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수령하는 것, 회사가 보유한 1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인수합병(M&A)나 주주환원 등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주주 환원에는 자금을 쓰지 않으면서 경영관리에마 1500명의 직원이 있고, 5800억원을 들여 신사옥을 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질문했다.


이에 홍 CFO는 게임별 매출 공개를 안 하는 것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했다. 전세계 게임 회사 중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는 곳이 엔씨소프트가 유일다보니 글로벌 관행을 따라가려고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 CFO는 "저도 바이사이드에서 직접 일해보고 한국 회사도 투자해봐서 지금 이야기하는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게임별 매출은 앞으로도 IR팀을 통해 지속적으로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 등 연봉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연봉과 성과급은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재무팀에서 이야기하긴 곤란하다"면서 "향후 주주총회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이슈가 될 경우 이야기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자원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방만한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투자 재원 중 논 퍼포밍 에셋(수익 미창출 자산)을 퍼포밍 에셋(수익 창출 자산)으로 바꾸려고 하는 게 제일 중요한 원칙이라 이를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홍 CFO는 "이 점은 전날 이사회에도 분명히 말했고, 이사회에서도 동의한 부분"이라며 "조금만 기다려주면 주주들께 변화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는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의 자원 재분배와 관련해 오가닉(본질적인)한 성장과 인오가닉(M&A 또는 지분투자, 기술 협약 등으로 빠르게 성장 동력을 얻는 전략을 의미함) 성장을 같은 비중으로 두겠다고 전했다.


홍 CFO는 "지난 번 주당 순이익 증진(EPS accretion)에서도 이야기했 듯 주당 가치가 증대될 수 있는 인수·합병, IP를 취득하는 등 여러가지 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금이나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들은 이러한 비유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2024~25년 이후까지 계속 파이프라인에 있는 기존의 개발을 통해 매출 극대화도 중요하다"면서도 "기존 레거시 IP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추가적인 스핀오프 형태의 매출을 증대시키느냐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맞추고, 저평가 된 서구권과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는 실질적인 M&A(인수합병)의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홍 CFO는 "해외 시장에서는 콘솔, PC가 중요하기에 BM(비즈니스모델)도 다각화하고 있다"며 "예전엔 자체 IP만으로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려 했다면 이제는 신규 IP나 판권 확보를 통해 공략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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