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상속세 부담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의 대물림 가능해지는데, 기업투자 늘지는 '의문점'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국내 주요 언론사를 중심으로 개정 필요성이 줄기차게 되기 된 이슈가 상속세다.  


국내 상속세율이 60%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니 기업의 투자여력이 감소해 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상속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스웨덴이 2005년, 노르웨이와 체코가 2014년 상속세를 폐지한데 이어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도 오는 3월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과중한 수준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 대부분 기업의 활동이 오너 2세에게 얼마나 원활하게, 즉 상속세를 최대한 아끼는 선에서 오너의 지분을 넘겨줄 수 있는지에 집중이 된다. 2세가 이를 해결하면 그 다음날부터 3세 승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기업이 기술발전과 최대한의 이익 창출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속에 매달리고 있으니 낭비가 심각한 셈이다.


과거에는 이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탓에 오너 2세가 지분 대부분을 출자한 기업을 세운 뒤 이곳에 일감을 몰아줘 규모를 키워 그룹의 지주사와 합병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합병 비율을 오너 2세의 회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이제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현재로선 당국의 규제를 효과적으로 회피하면서 상속세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최근 들어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개정의 필요성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것도 더 이상의 해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조차도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주가가 올라봤자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논리다. 이러니 주가 관리보다는 차라리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게 더 낫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 다만 그 전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기업의 이익과 오너의 이익은 다르다는 점이다. 상속세가 낮아져 후계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이 수월해지면 오너 일가들은 자신들의 지배력 약화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게 된다. 어찌 보면 부의 대물림이 그만큼 손쉬워진다는 얘기인데, 이는 확실한 오너의 이익이다.


그런데 이것이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계자들이 기존 창업자 못지않은 월등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주제에 단순히 오너 일가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는다면 회사가 어디로 갈지는 방향이 뻔하다. 최근 상당수 언론들은 상속세만 줄여준다면 기업들이 당장이라도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되살아날 것처럼 주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오너가 곧 기업'이라는 후진국적인 발상에 젖어 이에 대한 반론을 재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해왔다. 그룹의 기획조정실이 오너 일가의 상속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는 지배구조를 고민하고, 상속세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방안을 짜온 게 현실이었다. 이런 활동을 마치 당연하게 여겨왔다. 만약 상속세율 완화가 이뤄진다면 기업의 이 같은 활동부터 사라져야 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354건의 기사 전체보기